어쩌다 보니, 몽마르트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괜찮습니다
이이레(레아) 지음 / 라이프맵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어쩌다 보니, 몽마르트

인생에서 길을 잃었을 때, 목적지를 찾는 가장 로맨틱한 방법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참으로 재미나는 일이다. 특히 자신의 처지가 나락으로 떨어졌을 땐 타인의 삶에서 희망을 보고자 하는 마음의 불씨도 피어난다. 나와 같은 상황의 타인이라면 묘한 동질감에 더 친근해지고 위로받는다. 《어쩌다 보니, 몽마르트》는 저자 이이레씨의 삶이 책 속에 녹아있다. 저자는 괜찮은 성적의 고등학생이었고 대학수능시험 하루 전 친구와 만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먹은 상한 조개 리조또때문에 인생의 궤적이 바뀐다. 대학수능시험 전날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니 점심을 같이 먹지 않았다면 지금의 인생과는 달라졌을까? 이렇게 입시에 실패하고 계획되어 있지 않았던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녹록치않은 삶을 살아낸다. 우리나라와 다른 프랑스 입시제도에 또 한 번 실패하지만 그간의 단련된 근육으로 극복하며 마침내 건축학교에 입학하는 당찬 모습을 보인다.














파리,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낭만이 가득한, 사랑이 피어날 것 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채워주는 곳, 몽마르트 언덕도 걸어보고 싶다. 파리에 산지 10년째 되던 해에 서른 살의 저자는 그토록 두려워하던 백수가 된다. "길을 헤메는 김에 잃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는 저자의 말에 알싸한 총각무김치를 먹은 듯한 청량감이 든다. 오랜 외국생활에 가이드는 수 많은 아르바이트 중에 하나로 지인의 소개로 시작된 인연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자만의 특색있는 여행상품이 된다. 저자가 추구하는 디지털노마드 사상에 근거한 도구로 마이리얼트립을 선택하여 프리랜서로 수평적 조직형태를 지닌 플랫폼이다. 예전엔 해외여행도 쉽지 않았고 한다면 패키지여행이 대세였는데, 알다시피 패키지여행의 피곤함을 느낀 사람들이 자유여행을 추구하고 배낭여행도 늘어나자 자유여행이 주는 높은 개인적인 만족도와 패키지여행의 가이드가 담보하는 안정성, 현지를 잘 아는 준전문가급 가이드가 제공하는 동선과 정보를 책임지는 낯설지만 익숙한 상품을 제공하는 마이리얼트립의 등장은 여행업계의 '창조적 파괴자'라 여겨진다. 대학 졸업후 취업란은 가히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로 비유될 만큼 어려운 현실이다. '헬조선'이라는 말의 고통을 생각하면 이런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바탕이 된다.












저자는 자신만의 특색있는 가이드를 한다. 건축학교에 다녔던 경험은 다른 가이드와 차별화된 건축 양식에 관한 설명으로 이어지고 사진을 잘 찍어주며 여행자의 마음에 추억을 남기고 또 다른 여행자의 소개로 끊임없이 소득원이 된다. 실제로 책 곳곳에 저자가 찍은 사진은 구도가 독특하고 배경이 예뻐서 '나도 찾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프리랜서 가이드로써 단순히 가이드만으로 그치지않고 자신이 만났던 사람과의 인연을 놓지않고 이어가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어쩌다 보니 몽마르트에서 인간 냄새나는 프리랜서 가이드로 자리매김하고 또 다른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저자를 응원한다. 지금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에게도 어쩌다 보니 몽마르트와 같은 곳이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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