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광장 사막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광호 우화집

숲 광장 사막











2017년 이광호 우화집《숲》초판의 개정 증보판 《숲 광장 사막》이 나왔다. 실로 오랜만에 우화집을 읽게 되었다. 우화집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릴 때 많이 읽었던 <이솝이야기>와 <라퐁텐 우화집>이다. 학과 두루미 이야기, 여우와 포도 이야기 등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 우화란 인간 이외의 동물 또는 식물에 인간의 생활감정을 부여하여 사람과 같이 행동하게 하고 그 속에 교훈을 주는 설화이다. 직설적인 교훈은 거리감이 있지만 동물이나 식물에 빗대어 꾸며낸 이야기 속의 교훈은 재미있으면서 저자의 생각을 한 번 더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 우화들은 글이 짧아 긴글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좋다. 짧고 간결한 문체에서 풍자와 해악,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숲 광장 사막》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포켓북이다. 이야기도 페이지 전체를 채우지 않고 가운데로 모아서 적은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책의 주어진 면적에서 확연하게 작은 틀을 만들어 그 틀 안에 내용을 담은 의도는 우리 모두에겐 좁고 작은 틀이 숨겨져 있음을 비유하는데 있다고 한다. 여백을 두고 적는데에도 의미를 두는 세심한 작가의 마음을 느껴본다.














책 속에서 웃음지으며 생각에 잠긴 우화를 소개한다.




나 혼자 산다


인생은 결국 혼자이며 혼자 살

때 비로소 행복하다는 모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더불어 사

는 삶이 얼마나 피곤하며 혼자

사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에

대해서 아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데 어울려서.



.....................




폐쇄


화장실이 폐쇄되었다. 화장실

이 있어서 사람들이 배설을 일

삼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화장실은 폐쇄되었지만 그들이

기대했던 배설 억제 효과는 없

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아무 곳

에나 배설을 하기 시작했다.




....................




공원 나비와 애벌레



애벌레들이 하늘을 나는 푸른

빛의 나비를 보며 말했다.


"저 나비는 우리와 같은 애벌

레였던척하지만 사실 공원에서

곱게 자란 애벌레였어. 저 날갯

짓은 다 가짜야."


(중략)


"삶의 고통을 모르는 자의 날갯

짓에는 관심 없어."


(중략)


"으악! 모두 도망쳐! 번데기가

되면 어둡고 외로운 시간을 견

디다 결국 죽어버리고 말 거야."





말의 유한함을 '나 혼자 산다'에서 본다. 인생은 결국 혼자 사는 것이지만 싱글의 삶이 주는 행복감을 어울려 얘기하는 모습에 결국은 함께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충만함을 잊지 않길 바란다. 폐쇄는 현실의 까칠함을 풍자한다. 더불어 살기 보다 나를 위한 안위에 치우쳐 결국엔 화살이 자신을 쏘는 꼴을 당한다. 좀 더 여유있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생각해보자. 공원 나비와 애벌레에서는 애벌레의 우매함을 비웃는다. 어둡고 외로운 시간이 지나면 예쁜 나비가 될 수 있는데 그 시간은 허용하지 않고 부러움에 뒤틀린 마음을 비꼬는 것이 통쾌하다.

이 밖에도《숲 광장 사막》우화집 속에 숨은 작가의 교훈을 각자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짧은 글이 주는 함축적인 의미를 오랜만에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