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전쟁, 여성들의 삶

나와 마릴린 - 이지민 장편소설
이지민 지음 / 그책 / 2009년 7월

 
영화 「모던보이」를 재미있게 보았더랬다. 그래서 원작소설을 쓴 이지민의 장편소설이란 점과. 한국전쟁이 배경인데 뜬금없이 전쟁과는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마릴린 먼로의 등장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쟁. 그와중에 살아 남은 자는 전쟁보다 더한 치열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서울, 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도시 그곳에서 ‘마릴린 먼로’와 ‘나, 앨리스’연관성 없어 보이는 두 여자가 이야기속의 주인공이다.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앨리스는 삼촌이 도움을 받아 미군부대 타이피스트로 일하게되었고,그런 앨리스를 놓고 사람들의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다.

사랑은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 마력을 지녔는지도 모르겠다. 유부남 유민환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는 선교사 친구인 조셉을 앨리스에게 소개시켜준다.

조셉은 영어를 가르쳐주고 앨리스란 이름을 지어준 사람 이기도 하다. 그와 앨리스, 여민환 그들의 삼각 관계는 그렇게 시작 되었지만 사랑은 아니다. 그 후 앨리스는 여민환이 북에서 숙청 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여민환의 아내에게 ‘장난의 편지’를 보냈던 일을 후회하며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앨리스는 전쟁중 미군들을 위문하러 한국을 방문 하게된 이제 막 결혼한, 행복한 미소의 금발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통역을 맡게 된다. 만인의 연인이며 모든 여성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는 여인, 화려함과 갈채 속에 사랑받고 부러울것 없어 보이는 당대 섹시 스타. 그런 그녀의 삶은 불행했던 어린시절과 화려한 외모뒤에 늘 우울하고 수면제 없이 잠 못드는 밤들이  빛과 그림자 처럼 따라 다녔다.  

앨리스와 마릴린. 전쟁과 미녀. 전혀 어울릴 같지도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지만 그녀들은분명 공통점이 있었다. 노란 페인트를 머리에 쓴 앨리스와 노란머리의 가발과 짙은 화장의 마릴린, 행복한 척 밝은 미소뒤에 슬픔과 외로움.

앨리스는 조셉과의 관계로 여민환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그녀는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단지 어긋난 사랑. 시작부터 상대를 잘못 만난것이 그녀의 불행이었고. 전쟁 역시 그녀에게 씻을수 없는 큰 상채기를 남겼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만난 여민환. 하지만 전쟁 전의 그와는 다른 사람이며 앨리스 역시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걸 알고 있다. 그렇게 전쟁은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바꿔 놓았고 운명을 갈라 놓았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여자들의 이야기 이지만,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살아간다는것은 끊임없는 죽음과의 싸움이기도 하고 그 싸움에서 악착같이 살아 남는것이 우리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