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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멤노크 2 - 뱀파이어 연대기 5-2
앤 라이스 지음, 김혜림 옮김 / 여울기획 / 1997년 2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의 뱀파이어 연대기의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악마 멤노크, 그동안 뱀파이어 연대기를 저술해가는 앤라이스의 스케일이 점점 커져, 마침내 신학적인 면에까지 확장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 아마도 앤라이스는 V 연대기에서 끝없이 작중 인물들이 회자하는, 그리고 아울러 현대의 인간들이 고민하는 그 태고의 근원에 대해 나름대로 결론을 짓고 싶었던것이 아닐까 싶다.
유일하고 전지전능한 신 하느님, 그리고 그에게 반기를 든 아름답고 고뇌하는 악마 멤노크. 그들이 벌이는 (아아 이런 표현조차도 신성모독을 느끼게 만든다.) 오래고 지리한 싸움에 우리의 주체할 수 없는 도전과 자만심을 가진 뱀파이어 레스타가 난입하게 된다. 악마 멤노크는 그에게 자신의 보좌관이 되달라고 제안하며 천국과, 그리고 하느님이 인간의 육체에 들어와 자신의 말씀을 전하는 모습과 갈등, 견고한 악마의 학교이자 성인 지옥을 보게 된다.
스토리 적인 면을 떠나서, 그리고 이단적인 앤라이스의 신학적인 가치관을 곱씹어보면서 나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듯한 현재의 내 위치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인간이 마치 무지속에 살아가야하는 현실을 보여주듯. 뱀파이어 레스타 또한 그렇지 않던가? 단지 자신을 보면서 자신을 뱀파이어 레스타라고 명명하는 그 모습에서 자아의 홀로서기같은 것을 느꼈다고나 할까.
끝이면서도 끝이 아닌듯한 묘한 여운과 미완의 느낌을 주는 작품, 이 작품의 후속작을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이대로 끝나고 할 수 없지 하는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후속이 나온다면야 역시 기쁜 마음으로 그 책을 향해 손을 뻗겠지.
그 후에 후회하던지 기뻐하던지는 앤라이스의 필력에 걸어보겠다. 물론 후자에 속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 그녀는 그만한 역량을 가진 작가이니. 아직 앤라이스가 쓴 작품이 많이 남아있다는게 나에겐 기쁨으로 다가온다. 자 이제 그녀의 다른 작품인 마녀시리즈를 읽을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