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환 전 시집』은 한 시인의 작품을 모아 놓은 책이기 이전에, 전후 한국 도시의 감정 지도를 다시 펼쳐 보이는 기록이다. 시집을 읽는 일은 단지 박인환이라는 이름을 다시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1950년대 서울이라는 공간을 통과하며 형성된 불안, 사랑, 허무, 열정이 어떤 언어로 발화되었는지를 천천히 되짚는 경험에 가깝다.

박인환은 흔히 「목마와 숙녀」의 시인으로 기억된다. 이 시 한 편은 전후 도시인의 정서를 응축한 상징처럼 작동해 왔다. 술집과 다방, 영화관과 밤거리, 예술과 우정, 그리고 실패와 허무가 뒤섞인 그 시적 장면은 오랫동안 박인환을 규정하는 이미지가 되어 왔다. 그러나 『박인환 전 시집』은 그 익숙한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미지가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 시인이 얼마나 다양한 방향으로 언어를 실험했는지를 한 권 안에 펼쳐 보인다.

박인환 문학은 오랫동안 센티멘털리즘이라는 말로 요약되어 왔다. 그러나 『박인환 전 시집』을 통과해 읽고 나면, 그 센티멘털리즘은 시대를 감당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전후 도시의 불안은 냉소나 이념만으로는 포착될 수 없었고, 박인환은 흔들리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그의 시가 여전히 읽히는 이유는, 그 감정이 특정 시대의 유행이 아니라 인간이 위기 속에서 느끼는 보편적 정서이기 때문이다.

시집은 기념비적인 전집이면서 동시에 현재형의 책이다. 박인환의 시는 더 이상 1950년대의 기록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불안정한 도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사랑과 상실이 뒤섞인 감정은 오늘을 사는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박인환 전 시집』은 과거를 복원하는 책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감각을 되묻는 책이다. 명동의 밤과 도시의 감수성은 그렇게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