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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마음 - 도망친 곳에서 발견한 기쁨
정고요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은 ‘산책’이라는 가장 느리고 사소해 보이는 행위를 통해 삶을 다시 배우는 기록이다. 『산책자의 마음』은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걷는 동안 스쳐 지나간 풍경, 사물, 생각의 잔향을 하나하나 붙잡아 문장으로 옮긴다. 그 결과 책은 여행기나 에세이라기보다, 삶의 속도를 낮춘 한 사람이 세계와 다시 관계 맺는 과정을 조용히 따라가게 만드는 산문집이 된다.

『산책자의 마음』은 위로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독자에게 조용히 자리를 내어준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자신의 산책을 떠올리게 되고, 걷지 못했던 날들, 너무 빨리 지나쳐온 시간들을 자연스럽게 되짚게 된다. 저자의 문장은 독자의 기억과 감정을 침범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함께 걷는 속도를 유지한다.

책이 말하는 산책은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인식의 이동이다. 바다를 걷다가 결국 자신의 내면을 걷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처럼, 산책은 언제나 바깥에서 시작해 안쪽으로 돌아온다. 『산책자의 마음』은 그 왕복의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기록한 책이다. 빠르게 소비되지 않는 문장, 곱씹을수록 의미가 달라지는 사유,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이지만 분명히 변화가 축적되는 시간. 책은 그런 시간을 필요로 하는 독자에게 조용히 손을 내민다. 삶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 책은 멈추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함께 조금 천천히 걸어보자고 제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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