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그 관계 속에서 기쁨과 상처, 안정과 불안을 동시에 경험한다. 인간관계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정작 우리는 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지, 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반복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감정에 휘둘리곤 한다. 책은 그러한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감정이나 처세술이 아닌 과학의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간관계를 도출해나가는데 있어 도덕이나 성격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있는, 저자는 인간의 행동과 선택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을 신체 내부, 특히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작동 방식에서 찾는다. 우리가 타인의 표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정하다고 믿는 선택이 오히려 불균형을 키우며, 스스로를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 역시 개인의 의지나 성향 때문이 아니라 뇌의 구조와 기능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 관점은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기존의 도덕적 시선을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만든다.

책이 인간관계의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왜 우리는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질문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행동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타인의 반응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관대해질 수 있다. 인간관계를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시도 대신, 그 복잡함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은근히 스며 있다.

인간관계를 잘하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눈을 요구하며, 감정에 휘둘리며 스스로를 탓하거나 타인을 비난하던 순간들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책은 위로이자 통찰이다. 인간관계로 지치고 혼란스러운 독자라면, 책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조금 더 과학적으로, 그리고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