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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
이재문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2월
평점 :
'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은 건 아니고, 일시 정지』는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말이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작품은 흔히 웹소설에서 소비되는 ‘환생’이라는 소재를 차용하면서도, 성공과 역전의 판타지가 아닌 삶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환생은 도피가 아니라 질문이며,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한 보상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다시 바라보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이재문 작가는 아동·청소년 문학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따뜻한 시선을 성인 독자를 향해서도 유지한다. 다만 그 온기는 이전보다 한층 절제되어 있다. 동심과 성장이라는 주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과정이 더디고 아프며 때로는 실패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치유는 눈물이나 감동의 순간이 아니라, 조용히 마음속에 남는 여운의 형태로 다가온다.

소설을 덮고 나면 독자는 환생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로 새로운 삶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필요한 것은 실패한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 아니라, 실패라고 믿어왔던 시간을 다르게 해석하는 용기였을 것이다. 『죽은 건 아니고, 일시 정지』는 바로 그 지점에서 빛난다. 작품은 독자에게 말한다. 우리는 이미 환생 학교에 입학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아직 졸업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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