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자존감을 높여라”라는 익숙한 주문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말이 왜 많은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는지를 묻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는 이미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런데도 마음은 좀처럼 단단해지지 않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밤이 되면 낮에 있었던 일을 반복해서 곱씹는다.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려 애써보지만 SNS를 켜는 순간 다시 초조해지고, 잘해낸 일보다 못한 장면만 또렷이 떠오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상태를 ‘개인의 약함’이 아니라, 잘못 이해된 자존감 개념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진단한다.

책은 읽는 이를 다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명령 대신 “지금도 충분히 힘들었을 당신에게”라는 태도로 말을 건다. 책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처방전이라기보다, 스스로를 대하는 방식을 다시 배우게 하는 안내서에 가깝다. 단번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감정이 흔들릴 때 돌아와 펼쳐볼 수 있는 기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래 곁에 두고 읽을 책이다.

늘 자신을 증명하느라 지친 사람, 비교를 멈추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괴로운 사람, ‘괜찮아져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오히려 더 불안해진 사람에게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메시지를 전한다. 특별해지지 않아도 괜찮고, 완전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인간답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 지점에서 자존감은 비로소 회복되기 시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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