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동안 가장 먼저 떠오른 인상은 “AI는 기술이 아니라 경제다”라는 문장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사고의 축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AI를 새로운 도구, 혹은 인간을 대체할 기술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 익숙한 관점을 단호히 뒤집으며, AI를 예측 비용을 급격히 낮추는 경제적 사건으로 정의한다. 이 전환은 단순히 금융 산업의 자동화나 효율화 수준을 넘어, 권력과 부의 분배 구조 자체가 이동하고 있음을 설명하는 강력한 렌즈로 작동한다.

책이 인상적인 또 다른 이유는 윤리와 책임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측의 힘이 커질수록, 그 예측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더욱 무거워진다. 저자는 기술 발전이 자동으로 진보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결국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금융과 AI를 다루는 책에서 흔히 간과되는 부분이기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단순한 전망서나 트렌드 분석서를 넘어, 사고의 틀을 바꾸는 책으로 AI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보다, AI로 인해 무엇이 가치가 되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묻도록 만든다. 특히 금융에 종사하지 않는 독자라 하더라도, 예측과 판단, 실행이라는 구조는 개인의 삶과 조직 운영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다.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은 명확하다. 예측이 민주화된 시대에, 당신은 어떤 보완재를 갖추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데이터에 대한 이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고력,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실행력. 이 세 가지를 어떻게 축적하고 연결할 것인지에 따라, AI 시대의 위치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AI와 금융의 미래』는 그 갈림길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돕는, 드물게 깊고 현실적인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