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용의 『나의 내면을 채워주는 어휘 수업』은 언어라는 구조물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다시 세우는 독특한 인문 에세이다. 책이 던지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은 “내면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이며, 저자는 그 해답을 ‘어휘’에서 찾는다. 그는 언어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이 세계를 만든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말을 선택해 세계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계의 구조와 그 세계 속에서 서 있는 ‘나’의 윤곽도 달라진다. 이 책은 바로 그 ‘말의 품격’과 ‘내면의 구조’를 정밀하게 돌아보는 여정이다.
저자가 선택한 어휘들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고대 철학에서 시작해 우주, 문명, 자연, 종교에 이르는 인류의 지적 자산을 구성하는 핵심 언어들이다. 프쉬케, 로고스, 아르케 같은 고대 개념에서 코스모스와 유니버숨, 스텔라 같은 천문학적 어휘, 포세이돈·올림포스·아르고스 같은 신화적 명칭, 그리고 우로보로스·팍스 로마나·아가페 같은 문명적 상징까지, 이 책은 인류 사유의 기본 재료가 되어온 단어들의 기원을 밝히고 그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내면적 의미를 갖는지 차분히 설명한다.
『나의 내면을 채워주는 어휘 수업』의 가장 큰 미덕은 어휘의 뿌리를 파고드는 과정이 단순한 사전식 설명이 아니라, 독자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언어적 관점을 재정비하도록 이끌어준다는 점이다. 말은 단순한 외부 표현이 아니라 ‘내면을 이루는 원소’이며, 그 원소의 선택과 배치는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언어가 사유의 질서를 세우는 도구이자, 인간이 자신을 단단히 세울 수 있는 핵심적 장치임을 강조한다. 오늘 우리는 책을 덜 읽고, 단문과 속도 속에서 살며, 관계와 생각이 가벼워지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나 이런 시대일수록 언어의 힘은 더욱 중요해진다. 저자는 말이 무너질 때 생각이 흐려지고, 생각이 흐려질 때 세계까지 흐려진다고 말한다. 반대로 언어가 견고해질 때 내면의 중심도 단단해진다. 책은 이 단단함을 되찾기 위한 길잡이이며, 말의 품격이 곧 삶의 품격이라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진리를 다시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