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횡단, 22000km
윤영선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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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카페 '북유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사람이 은퇴 뒤에 품었던 오랜 꿈을 마침내 현실로 옮긴 여정을 기록한 작품이다. 단순히 대륙을 횡단한 여행담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이자, 한 개인의 삶이 어떻게 세계라는 공간과 맞닿을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긴 호흡의 수기다. 저자는 평생 공직에서 성실함을 다한 사람이지만, 이 기록 속에서는 탐험가이자 학구적 여행자로 변모해 있다. 그의 글에는 분주했던 직업인의 언어 대신, 대지를 밟는 발걸음에서 비롯된 생생한 감각이 담겨 있다.



이 여정은 동해의 항구에서 출발하여 북방의 항도, 끝없이 펼쳐진 평원, 깊은 호수, 거칠고 척박한 사막, 높이 솟은 고원, 그리고 서쪽의 고도까지 이어진다. 지도 위에서 선으로만 보이던 길이 실제의 흙과 바람, 온도와 냄새를 가진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이 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가 아니라 ‘가야만 한다’는 확신으로 먼 길을 나선 저자의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국인의 발자취를 확인하는 여정이 큰 비중을 차지하늗데, 북방에서 강제로 옮겨졌던 사람들의 흔적, 독립을 위해 몸부림치던 이들이 남긴 자리, 아주 먼 곳에까지 걸쳐 있던 고대 조상들의 교류 흔적 등이 차곡차곡 펼쳐진다. 이 기록을 통해 대륙의 여러 지점이 더 이상 낯선 타향이 아니라, 먼 친척의 집처럼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 민족의 역사가 생각보다 더 넓고 깊은 공간에서 전개되어 왔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읽고 나면 한 가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에게도 언젠가 꼭 건너야 할 길이 있지 않은가?”

책은 그런 질문을 품게 하는 작품이며, 동시에 그 질문을 따라 움직이는 삶이 얼마나 충만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언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저자의 여정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으로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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