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종말의 허구
곽수종 지음 / 메이트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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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카페 '북유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곽수종의 신작 『달러 종말의 허구』는 단순한 경제 예측서를 넘어선 문명 분석서다. 저자는 “달러의 흔들림이 곧 세계 질서의 균열”임을 강조하면서, 통화 패권의 문제를 금융 차원을 넘어 정치, 철학, 문명사의 거대한 맥락으로 확장한다. 세계 곳곳에서 ‘탈달러화’가 거론되고, 금과 암호화폐가 대안으로 떠오르며, BRICS 국가들이 새로운 금융질서를 모색하는 지금,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달러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달러’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돈의 역사를 인간 문명의 신뢰 시스템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이다. 곽수종은 돈을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닌, “인류가 만든 가장 포용적인 신뢰의 상징”으로 본다. 종교, 인종, 이념을 초월해 인간을 연결해온 문명적 장치로서의 돈은, 그 신뢰가 유지되는 한 달러 또한 쉽게 붕괴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결국 통화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는 것이다.



『달러 종말의 허구』의 진가는 ‘경제를 문명으로 읽는 시선’에 있다. 곽수종은 돈을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닌 인간 사회의 근본 질서로 보고, 그 변화를 역사·정치·철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그의 분석은 종종 냉정하고, 때로는 비관적으로 들리지만, 그 밑바탕에는 분명한 믿음이 깔려 있다. “신뢰가 유지되는 한, 문명은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날 탈세계화, 보호무역, 디지털 자산의 확산 등은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세계를 믿을 것인가, 어떤 질서에 속할 것인가를 묻는 문명적 질문이다. 곽수종은 그 질문 앞에서, 달러의 흥망을 넘어 인류가 구축해온 신뢰의 구조를 다시 사유하라고 권한다.



책은 달러의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 아니라, ‘신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성찰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 진짜 경제 교양의 형태다. 『달러 종말의 허구』는 세계 질서의 불안을 냉철하게 바라보되, 그 안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인간적 신뢰의 맥박을 포착해낸다. 달러의 종말은 허구일지 몰라도, 신뢰의 위기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위기를 직시하는 일, 그것이 곽수종이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진지한 경고이자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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