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종종 물리를 ‘학교에서 버린 과목’으로 기억한다. 수식과 법칙, 실험과 단위의 복잡한 조합 속에서 물리학은 오랫동안 인간의 감각으로부터 멀어진 학문이었다. 다구치 요시히로의 『쓸모 있는 물리학』은 이러한 거리감을 부드럽게 허문다. 그는 물리학을 다시 일상으로 불러내며,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상 속에는 이미 완벽한 물리학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제목의 ‘쓸모 있음’은 실용의 의미를 넘어,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지적 본능의 회복을 뜻한다. 즉, 쓸모 있는 물리학이란 곧 ‘살아 있는 물리학’이다.

『쓸모 있는 물리학』은 ‘쓸모’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책에서의 쓸모는 즉각적인 유용함이 아니라,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저자는 물리학이 우리 삶에 직접적인 이익을 주지 않더라도, 그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힌다는 점에서 가장 실질적인 지식이라고 말한다. 물리학은 도구가 아니라 언어이며, 그 언어를 통해 우리는 세계와 다시 대화할 수 있다. 책의 말미에 다구치는 이렇게 쓴다. “이 책은 학창 시절에 물리를 공부하다 좌절했거나 이제라도 도전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의 물리학은 더 이상 시험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쓸모 있는 물리학』은 물리학 입문서이자, 동시에 세계와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인문학적 성찰서다. 다구치는 물리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의 질서’를 탐구하고, 독자는 그 과정을 통해 ‘보이는 것의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우리가 일상이라 부르는 모든 현상 속에는 물리학이 깃들어 있다. 빛의 굴절, 열의 이동, 전자의 흐름, 그리고 중력의 인력까지. 이 책은 그 모든 자연의 언어를 다시 읽게 만든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세계를 이해할 용기가 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물리학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인간적인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