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전형적인 미스터리 구조를 따르면서도, 심리적 묘사에 큰 비중을 둔다. 등장인물들은 저택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공포 속에서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된다. 아야사카는 인물의 두려움을 구체적인 사건보다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천장에 매달린 형체의 그림자, 방 안을 울리는 기이한 소리,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감’은 공포를 시각이 아닌 청각과 촉각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이는 셜리 잭슨이나 스티븐 킹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공포’의 계보를 잇는 방식이다. 주인공 사라의 존재는 이 소설의 정서를 관통한다. 그녀는 초능력을 지닌 인물이지만, 동시에 그 능력으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받는다. 저택이 그녀를 ‘찾는다’는 설정은 단순한 초자연적 위협이 아니라, 그녀가 짊어진 과거의 상처와 죄의식이 물리적 형태로 나타나는 과정처럼 읽힌다. 즉, 피안장은 외부의 악이 아니라 인물 내면의 어둠이 구현된 공간이다. 이 점에서 아야사카는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인간 심리의 심층을 탐색하는 작가적 시선을 보여준다. 소설의 전개는 느리지만 촘촘하게 짜여 있다. 각 장마다 등장인물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저택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난다. 특히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장면 구성은 사건의 진실을 단번에 드러내지 않으면서 독자를 끝까지 긴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후반부에 이르러 드러나는 진상은 잔혹하지만 동시에 슬프다. 피안장은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저주받은 공간이 아니라, 잊히지 못한 사랑과 죄의식이 반복적으로 되살아나는 장소였던 것이다. 죽음과 공포가 이야기의 표면을 이루지만, 그 이면에는 구원과 회한의 정서가 흐른다. 렌이 저택의 비극을 파헤치는 이유는 단지 호기심이 아니라, 가문이 남긴 죄를 끝내 속죄하고자 하는 의지다. 그리고 사라의 존재는 그 속죄의 상징처럼 자리한다. 그녀는 저택의 저주를 끊어내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인물로, 작품은 그 결말을 통해 ‘공포의 완성은 구원의 순간’이라는 역설적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