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는 승패를 넘어 인간의 존재 이유를 묻는 작품이다. 산티아고가 육지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그를 패배자로 볼지 모르지만, 독자는 안다. 그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끝까지 끌어올린 인간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것을. 그의 몸은 지쳐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푸른 바다처럼 빛났다. 그것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눈빛이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영혼의 상징이다. 헤밍웨이는 산티아고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란 결국 자기 자신과 싸우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육체는 늙고 쇠약해지지만, 신념과 용기를 잃지 않는 한 인간은 결코 늙지 않는다. 사람은 확신과 희망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절망과 두려움으로 늙어간다. 산티아고의 항해는 그래서 인생의 축소판이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다시 노를 젓고, 모든 것을 잃고도 다시 바다로 나아가는 인간의 본능적 의지를 담고 있다.
『노인과 바다』는 단순한 생존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절망을 견디는 법,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지탱하는 법, 그리고 삶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법을 산티아고는 몸으로 보여준다. 그는 우리에게 말한다. “패배란 포기할 때 오는 것이지, 넘어질 때 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인간의 위대함은 완벽한 승리가 아니라 끝내 싸우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