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와 틸리의 관계 역시 작품의 중요한 매력 요소이다. 포는 직관과 경험에 기댄 전통적 수사관이라면, 틸리는 통계와 알고리즘에 능숙한 논리적 인물이다. 두 사람의 대조적인 방식이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보완하며 수사의 진전을 이끌어낸다. 특히 틸리의 인간관계 서툼과 순수함이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의외의 따뜻함과 유머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잔혹한 범죄 이야기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블랙 서머》는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다’는 역설적 상황을 통해 존재와 부재, 진실과 허위의 경계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이는 단순한 범죄소설을 넘어 철학적 사유의 가능성까지 엿보게 한다. 독자는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조작인지, 그리고 진실이 밝혀졌을 때 그로 인해 누가 구원받고 누가 무너지는지를 끝까지 추적하게 된다.
작품의 마지막 반전은 독자에게 강렬한 충격을 안기며, 동시에 전작 《퍼핏 쇼》를 읽은 이들에게는 앞으로 이어질 《큐레이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블랙 서머》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치밀한 구성, 그리고 캐릭터 간의 긴장과 유대가 균형 있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피와 증거라는 과학적 사실 위에 세워진 ‘진실의 무대’가 어떻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범죄 추리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