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서머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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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M. W. 크레이븐의 《블랙 서머》는 형사 워싱턴 포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로, 영국 추리문학계에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전작에서 이미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포와 천재적 데이터 분석가 틸리 브래드쇼의 조합은 이번에도 흥미롭게 살아나고 있다. 작품은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모순적 상황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그 설정만으로도 독자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작품의 서사는 단순한 추리물의 구성을 넘어, 이야기 중심에 놓인 것은 과학적 증거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그것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혼란이다. 혈액과 DNA는 통상적으로 범죄 수사에서 가장 확실한 단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블랙 서머》는 그 확실성이 배반되는 순간을 탁월하게 포착하고 있다. 독자는 증거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 전제가 흔들릴 때 느끼는 긴장은 배가된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사건 전개의 매개체로 ‘블랙 서머 트러플’이라는 희귀 식재료가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식재료는 단순한 배경 소품이 아니라, 이야기의 복잡한 퍼즐을 푸는 열쇠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일상과는 거리가 먼 소재를 범죄와 교차시키면서 독자에게 독특한 서사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포와 틸리의 관계 역시 작품의 중요한 매력 요소이다. 포는 직관과 경험에 기댄 전통적 수사관이라면, 틸리는 통계와 알고리즘에 능숙한 논리적 인물이다. 두 사람의 대조적인 방식이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보완하며 수사의 진전을 이끌어낸다. 특히 틸리의 인간관계 서툼과 순수함이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의외의 따뜻함과 유머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잔혹한 범죄 이야기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블랙 서머》는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다’는 역설적 상황을 통해 존재와 부재, 진실과 허위의 경계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이는 단순한 범죄소설을 넘어 철학적 사유의 가능성까지 엿보게 한다. 독자는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조작인지, 그리고 진실이 밝혀졌을 때 그로 인해 누가 구원받고 누가 무너지는지를 끝까지 추적하게 된다.

작품의 마지막 반전은 독자에게 강렬한 충격을 안기며, 동시에 전작 《퍼핏 쇼》를 읽은 이들에게는 앞으로 이어질 《큐레이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블랙 서머》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치밀한 구성, 그리고 캐릭터 간의 긴장과 유대가 균형 있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피와 증거라는 과학적 사실 위에 세워진 ‘진실의 무대’가 어떻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범죄 추리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이 신뢰하는 과학적 증거조차도 해석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수사관 개인의 윤리와 책임이 얼마나 큰 무게를 지니는지를 상기시켜주고 있다. 그래서 《블랙 서머》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에게 진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열어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리앤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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