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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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와다 요코의 『영혼 없는 작가』는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독창적인 문학적 실험을 집약해 놓은 작품이다. 이번에 출간된 개역 증보판은 절판 이후 독자들의 요청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재출간이 아니라, 새로운 단편이 추가되고 기존 번역 또한 정교하게 손질되어 한층 풍성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 책은 흔히 말하는 산문집의 범주에 묶을 수 있으나, 그 형식은 단순하지 않다. 글마다 허구와 기록이 교차하며, 문장은 때로는 이야기를 만들고 때로는 사유의 장을 펼친다. 읽는 이로 하여금 지금까지 익숙하다고 여겼던 단어와 사물이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언어와 현실이 서로를 비추며 빚어내는 이 낯섦은 독자에게 혼란이자 동시에 매혹이 되고 있다.



저자는 독일어와 일본어를 오가며 창작을 이어온 이중 언어 작가이다. 그는 언어의 경계에 서 있음으로써 오히려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더욱 예민하게 감각하고 있다. 언어가 달라지면 세계에 대한 인식 또한 변한다는 사실을 문학적 사유로 풀어내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독자들은 일상의 풍경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경험하게 된다. 흔히 지나치는 열차, 거리, 사물, 혹은 낯선 도시까지 저자의 문장 속에서는 특별한 기호로 변주되고 있다. 이번 판본에는 초기 대표작을 비롯해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단편이 아홉 편 더해졌다. 이 글들을 통해 우리는 작가가 언어와 세계 사이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떤 독창적인 문학적 우주를 형성해 왔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책의 구조 또한 흥미로운데,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시작해 캐나다의 공항에서 끝을 맺는 여정은, 작가의 실제 이동 경험과 더불어 언어와 장소가 만들어내는 긴밀한 상호작용을 상징하고 있다.



책은 문학이 어떻게 언어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언어는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게 하는 통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글을 읽는 순간, 독자는 단어와 문장을 해독하는 단계를 넘어 자신이 속한 세계를 새롭게 사유하게 된다. 이는 곧 일상의 사소한 순간조차 언어라는 필터를 통과하면서 다시 빛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한다.

『영혼 없는 작가』는 작가의 경계를 넘는 사유와 독자적인 상상력이 만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언어와 언어, 장소와 장소, 현실과 환상, 산문과 허구가 끊임없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이 작품은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사유와 체험을 동시에 요구하는 텍스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우리 시대 문학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가 되고 있다. 다와다 요코의 글은 낯설지만 동시에 친밀하다. 그 낯섦이야말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세계의 다층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영혼 없는 작가』는 문학을 통해 언어와 세계, 그리고 우리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리앤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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