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논어 - 굽이치는 인생을 다잡아 주는 공자의 말, 개정증보판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최종엽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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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나면,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해진다는 말이 마음에 크게 와 닿는다. 오십이라는 나이는 마치 계절로 치면 늦가을쯤일까. 이미 거두고 정리할 것이 많지만, 동시에 아직 남은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앞으로의 삶을 좌우한다. 『오십에 읽는 논어』는 바로 이 시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도서는 동양 고전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읽히고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논어』를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고전의 문장을 나열하거나 주석처럼 풀어놓는 방식이 아니다. 오랫동안 인문학 강연을 해 온 저자는 공자의 말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짚어내며, 오십이 처한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연결 짓는다. 읽다 보면 마치 인생 상담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겉돌던 고전의 문장들이 오늘 나의 문제로 깊숙이 들어와 닿는 것이다.


도서의 구성은 총 60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고, 각 꼭지는 비교적 짧은 분량으로 되어 있어 하루에 하나씩 읽으며 스스로 돌아보기에 알맞다.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다. 퇴직 이후의 삶, 건강,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 마음을 다잡는 법, 나의 소명, 배움의 자세, 책임감 등 오십이라는 시기가 마주하는 실존적인 문제들을 포괄한다. 이 모든 이야기 위에 공자의 말 한 줄이 등불처럼 놓인다. ‘한 줄’의 문장이, 때론 인생의 방향 전체를 바꾸는 자극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도서가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공자의 가르침을 단지 인용하거나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운 근심이 있다’는 말을 통해 단순히 걱정을 경계하라는 도덕적 교훈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멈춰서 미래를 생각해보아야 할 이유를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지나간 날을 자책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불안에 휩싸이지 않고, 바로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변화의 지점을 찾도록 독려한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핑계’와 ‘책임’에 관한 이야기다. 중년 이후의 삶에서는 사회적 지위나 명함 하나로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 찾아온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안에서 핑계를 찾거나, 타인을 탓하며 멈춰버리기 쉽다. 저자는 그런 심리를 지적하며 “지금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세상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듣기에 따갑지만, 이 말을 곱씹고 나면 몸과 마음이 조금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도서의 제목이 ‘오십에 읽는 논어’이긴 하지만, 그 실천적 메시지는 오십을 넘은 이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앞선 세대에는 미처 배우지 못했던 삶의 중심을 찾는 법, 관계를 다시 세우는 지혜, 흔들리지 않기 위한 기준이 녹아 있다. 그렇기에 마흔의 사람에게는 준비로, 예순의 사람에게는 점검으로 다가갈 수 있다.



단순한 고전 해설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가만히 곁에서 붙잡아 주는 인생의 조언자 같은 도서는 책장을 덮고 나면,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삶의 방식’과 ‘나의 중심’에 대해 다시 묻게 된다. 나아가, 문장 하나하나가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되찾는 나침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생긴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오십에 읽는 논어』는 흔들리는 인생의 허리를 곧게 펴고 다시 걸음을 내딛게 해주는 ‘지혜의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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