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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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리앤프리'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 문득 멈춰 서게 되는 순간, 마치 조용히 어깨를 토닥이며 괜찮다고 말해주는 친구 같은 도서는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화가들의 삶을 들춰내며, 그들이 어떻게 상처를 견디고, 외로움을 품었으며, 절망 끝에서도 붓을 들었는지를 담담히 풀어낸다. 그 이야기들은 과거의 위인담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도서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모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던 시절을 오래도록 견뎌야 했던 사람들이다. 누구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또 누구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한 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 고독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감동하는 그림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책을 읽는 내내 깊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1장에서 '위로가 필요한 순간'을 이야기한다. 이 장에서 특히 인상적인 건, '늦음'에 대한 이야기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뒤늦게 화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결국 자신만의 세계를 열었다. 그 삶은, 지금 당장 성과가 없다고 해서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조용히 일깨운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처럼, 우리 역시 언젠가는 ‘지금 이 시간이 전부 의미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장에서는 '용기'가 주제가 된다. 잭슨 폴록처럼 불안과 싸우며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신을 마주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을 표현하려 했던 작가들의 행보는, 우리가 무언가를 시도하기 전 너무 많은 조건과 두려움부터 따지는 일상의 태도에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용기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다가온다. 3장과 4장에서는 각각 ‘버티는 법’과 ‘홀로 서는 법’을 다룬다. 이 부분은 마치 긴 호흡으로 쓰인 인생의 시 같다. 알폰스 무하처럼 오랜 무명의 시간을 견디며 묵묵히 작업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지금 시대에 오히려 더 큰 가치를 품고 있다.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이들 화가의 삶을 통해 온몸으로 증명된다.






예술의 언어로 전하는 삶의 조언집인 도서는 마흔이라는 시기는 어쩌면,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내가 뭘 잘못했나’ 자책하게 되는 시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도서를 읽다 보면,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지금이 그저 삶의 한 과정일 뿐임을 이해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고, 자기 속도로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된다.





예술은 삶을 바꾸지는 않지만, 그 삶을 견디는 힘을 준다. 그 힘을 선물처럼 건네고 있는 도서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품은 이들이 조용히 꺼내 읽기에 딱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삶이 나를 무너뜨리려 할 때, 이 한 권의 도서가 친구처럼 곁에 있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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