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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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리앤프리'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동안 발터 벤야민의 사유는 철학, 미학, 비평의 영역에서 조명되었고, 그가 남긴 문학적 시도들은 파편적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소설, 꿈, 우화, 설화, 비유담 등 그의 문학작품이 한 권으로 묶이는 일이 이제야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단순한 문학작품집이 아닌 하나의 세계다.







저자가 천착했던 주제들은 여기에 모여 있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꿈. 대도시의 풍경 속에서 감돌던 낯선 긴장. 여행과 이동이 불러오는 낯선 시선. 아이들의 놀이에서 발견하는 언어의 가능성. 도박과 점술, 그리고 소망. 그의 글들은 이 모든 것들을 서늘한 거리감과 따뜻한 애정이 섞인 시선으로 담아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문장들 속에서 끝없이 실험한다. 문학적 글쓰기와 비평적 글쓰기를 가르는 선을 무너뜨린다. 이야기는 이론을 머금고, 이론은 이야기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저자가 택한 방법은 저널리즘의 즉각성을 배격하고, 구술 전통의 방식을 복원하는 것이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그렇게 여러 겹의 목소리가 쌓인다.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는 기록되고, 경험은 다시 살아난다.







세 부분으로 나뉜 도서의 첫 번째는 꿈과 몽상이다. 현실을 과장하고 변형하는 꿈, 그리고 현실을 초월하는 상상. 두 번째는 여행과 이동이다. 도시와 도시를,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며 그는 질문한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떠나는가. 문턱을 넘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세 번째는 놀이와 교육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는가. 놀이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언어, 도박, 라디오, 말장난. 그는 이 모든 것을 놀이의 영역으로 가져와 탐구한다. 도서에 실린 짧기에 더욱 강렬한 이야기들을 압축된 문장들로, 그 안에 상상과 현실이 겹쳐진다.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동시에, 현실을 낯설게 만든다. 우리가 익숙하다고 여긴 세계를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든다.







시대가 허락하지 않아 생전에 거의 발표되지 못한 그의 글들은 지금, 그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별자리를 이루었다. 도서는 그의 문학적 실험이 어떻게 사유의 장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벤야민 읽기의 방식을 바꾸어놓을 한때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이제 우리 앞에서 새로운 빛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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