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을 정제하지 않는 솔직한 서술로 작가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며, 마치 독자에게 말을 건네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래서 눈물이 날 것 같다가도, 어느새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간병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문학적 기록으로 읽히게 한다. 특히, 엄마가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던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병든 몸으로 타인의 손에 생명을 맡겨야 하는 처지는 모녀 모두에게 큰 고통이 된다. ‘자기다움’을 끝까지 지켜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간병 과정은 단지 육체적 피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작가는 ‘가족 돌봄’이란 이름 아래 당연시되는 여성의 역할, 특히 딸에게 집중되는 희생의 구조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동시에 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심화되는 의료 사각지대, 돌봄 시스템의 붕괴, 노인의 삶이 지나치게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