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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란 무엇인가 - 생계형 의사 양성관의 유쾌한 분투기
양성관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5년 4월
평점 :
📌 “지금은 아프면 안 돼. 운전 조심, 사람 조심, 사고 조심해.”
이 말이 이제는 명절 인사처럼 들릴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만큼이나 뉴스의 큰 이슈가 되어버린 '의료파업'은 단지 정치권과 의료계 간의 힘겨루기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구급차가 병원 앞에서 뺑뺑이 돌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산모가 차 안에서 아기를 낳는 뉴스를 보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정작 "왜 이토록 갈등이 심화되었는가?", "의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은 소외되고 있다.
📌 바로 그런 시점에서 내가 읽은 책이 [의사란 무엇인가]다. 책은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니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의료인의 삶을 낱낱이 보여준다. 저자 양성관은 자신을 ‘생계형 의사’라고 부르며, 진료실에서 마주한 에피소드들과 ‘의사’로 살아가는 현실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의사라면 모두 풍족하고 안정된 삶을 살 것이라 여겼던 내 고정관념은, 책장을 넘길수록 조금씩 부서졌다.
📌 “의사도 사람입니다”
책에서 가장 크게 다가왔던 점은 바로 이것이다. 의사도 결국, 우리처럼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이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것. 밤낮없이 환자를 돌보면서도 병원 경영과 민원, 법적 리스크, 정책 혼란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현실은 우리가 상상하는 ‘명예로운 직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동네 병원이 갑자기 문을 닫거나, 준종합병원의 의사가 자주 바뀌는 풍경은 그저 의료 현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외면해 온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단순하다. 의사가 무조건 모든 걸 희생해야 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 의료인에게도 감정이 있고, 생활이 있으며,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건강을 위한 진짜 의료개혁의 시작이라는 것을 느꼈다.
📌 [의사란 무엇인가]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동시에, 의료인이 국민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그렇다면 현재의 의료파업 사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단순히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으로 보기엔 문제는 훨씬 복합적이다. 수가 문제, 지방 의료 인프라 붕괴, 필수과의 기피 현상, 그리고 의사-정부-국민 간의 불신이 엉켜 있다.
📌 양성관의 [의사란 무엇인가]는 의사라는 직업의 인간적 면모와 한국 의료계의 문제를 성찰하며, 현재의 의료파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의료는 국민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재이자, 누군가의 직업이고 삶이다. 우리는 이제 감정적 대립에서 벗어나,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화할 준비가 되었는지 되묻고 있다. 지금 이 의료파업은 단지 파업이 아닌, “우리가 어떤 의료를 원하느냐”는 시대의 물음일지도 모른다.
📌 @hippocrates_book 히포크라테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담은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