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큰 화두를 던진 게 아닌가 싶다. 제목에서 시사하듯, 그래, 우리의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그런데 이 짤막한 인생의 이치를 나란히 두고 보자니 팔짱을 낀 자세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오히려 나는 상투적이기 짝이 없는 이 문구에 호감을 느껴서(이건 내 병이다) 이 책을 읽게 됐다. 예상한 대로 내용은 빤했다. 내가 아는 한 프랑스 소설은 - 편견이라 해도 좋겠다 - 불륜 소설이 많았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 저 사람을 사랑하고 쟁취하고 싶다는 열망. 내 곁에 애인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눈길이 끌리는 현상. 과거에도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또 유효할 문제 아닌가. 그런 것이 욕망이라면, 욕망이란 무엇인가?
그걸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그러니까 이번이 네 번째인가. 이 책을 다시 펼쳐든 횟수 말이다. 이런 빤하디 빤한 이야기를 네 차례씩이나 읽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용은 빤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빤하지 않고 미묘해서. 예전에는 그 느낌이 어떤 충만한 만족감을 준다고 스스로 여겼지만 그게 무어냐 물어보면 잘 답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좋아하는 음악을 남들에게 추천할 때 최선의 방법이 그냥 들어보라 하는 것처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 이번에 나는 그 어려움을 파헤치고자 이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그 결과 썩 시원치 않은 결론이 나올까 봐 걱정됐지만 그래도 뭔 말이라도 지껄일 순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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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벨 소리가 울리는 휴대폰을 확인한다. 화면에 찍힌 이름은 노라. 노라는 자신이 파리에 찾아온 경위를 짤막하게 밝히고는 남자가 몇 마디 꺼내보기도 전에 통화를 끊는다. 남자는 허탈해 한다. 그는 이 전화를 이 년 동안 기다려 왔다.
또 다른 남자는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 짐을 푼다. 불현듯 나쁜 직감에 휩쓸린다. 아니나 다를까, 그와 동거하고 있던 여인이 급히 짐을 싸서 떠난 흔적만이 역력하다. 이 일이 한두 번도 아니긴 하나, 남자의 허망한 심정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