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자전거 날쌘돌이
다바타 세이이치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우리교육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아들애가 그림책 제목을 보고는 나에게 장난스럽게 던진 한마디, 피~ 고물인데 어떻게 날쌔다는 거야!   

사실 제목의 반어법을 의식하지 못했다. 무조건 받자마자 어떤 그림책인지 궁금해 이것저것 따질 겨를도 없이 책을 읽었고 아이들하고 늦은 저녁에 같이 읽었을 때, 놓쳐버린 제목의 의미를 아이가 캐치해 나에게 던진 것이다. 윽!꽈당!

책을 받기 전에는 대충 고물자전거에 대한 아이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그림책이겠거니하고 추측했는데, 막상 받고 읽어보니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해 고친 후, 운송시설이 발달하지 못해 먼길도 걸어다녀야하는 제 3 세계국가의 사람들에게 재생 자전거를 보내 유용하게 쓰인다는 그림책이다.  

공터 한켠에 버려진 자전거 날쌘돌이를 유키짱이라는 소녀가 발견하고 자전거를 잘 고치는 겐지라는 할아버지에게 데려간다. 겐지할아버지에 의해 다시 쌩쌩 달릴 수 있는 날쌘돌이는 아프리카로 보내지고, 아프리카에서 비록 낡았지만 제 기능을 다 하는 날쌘돌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산파 아주머니를 만나 희망의 자전거로 변신한다는 이야기 그림책인데, 아이들에게 또 다른 리사이클의 형태를 알려주고, 재활용의 순환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그린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읽기 전에는 제 3국에 나눔이라는 이름으로 처치곤란한 물품들을 보내는 것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았다. 얼마전에 학교에서 집에 못 쓰는 핸드폰을 가져오라는 공문이 왔었는데, 그 공문이 내용이 핸드폰을 학교에서 수거해 다른 나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집에도 핸드폰 한 두개는 서랍 속에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주변에는 모든 상품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고물될 때까지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고쳐 쓰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큰애는 몇 달 되지도 않은 핸드폰을 없애고 빅뱅의 대성이 선전하는 롤리팝으로 바꾸고 싶다고 안달안달한다. 물론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하고는 무시했지만, 아무리 모든 것들이 넘쳐나고 소비되어야 경제가 잘 돌아가는 사회라고 해도 이건 정도를 지나쳤다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우리가  새로운 제품에 계속하는 댓가로 버려지는 물건을 버리기 아까우니깐 못 사는 나라의 사람들에게나 주자는 그런 발상 자체가 싫었다. 이 무슨 씨다바리 심뽀냐! 싶었던 것이라.  

비판의 눈이랍시고 그러한 나눔의 형태에 눈을 흘리기 있는 동안, 이 그림책의 작가 다바타 세이이치는 노구의 몸을 이끌고 직접 제 3 세계국가를 돌아다니며 고국에서 버려진 자전거가 타향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그리고 그 별 거 아닌 자원이 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고 애정어린 존재인지를 몸소 체험하고 돌아와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그림책의 제작 의도가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타국의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단지 자전거라는 매개체만으로 서로의 기쁨을 나누는 장면이 상상되고 그 상상 속에서 노작가의 환한 웃음이 떠올려지니, 이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재활용 순환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거창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선진국가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좀 더 심도있는 주제로 이야기할 만 했다.  자, 알겠지! 왜 고물이라도 날쌘돌이인지 말이야! 하고 말이다. 

우리에게는 <벽장속의 모험>으로 알려진 다바타 세이이치가  <벽장 속의 모험>에서는 연필 라인이 아이들의 모험을 박진감있게 그렸다면 이 <고물자전거 날쌘돌이>에서도 약간 거칠면서도 흑백의 톤과 부분부분 채색으로 생동감 있게 그렸다. 작가가 우리 나라에서는 두 작품만 소개되어 있어서 어떤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본 그림책 작가들의 폭 넓은 소재와 주제 그리고 관심거리는 눈 여겨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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