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나라의 난쟁이들 베틀북 그림책 92
오치 노리코 지음, 위귀정 옮김, 데쿠네 이쿠 그림 / 베틀북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2008년도 베틀북 캘린더 1월을 장식한 것이 다름아닌 이 책 <이불나라의 난쟁이들>의 한 장면이었다. 한 소녀가 새털처럼 가벼운 구름같은 이불 위에서 둥실둥실 떠 다니고 그 주변에 난장이들이 함께 놀고 있는 듯한 장면은 내가 이불에 가지고 있는 따스한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과 같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한 나의 어린시절의 일요일 아침 풍경은, 언제나 푹신한 이불 위에서 딩굴거리며 텔레비젼에서 방영하는 만화영화를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 때는 아침 9시경에 만화영화나 가족 드라마을 해 주곤 했었는데, 엄마가 아침밥을 차리는 동안 우리 삼형제는 이불위에서 만화영화를 봤던 것이다. 하루종일 만화영화를 방영하는 케이블이 그때는 없었던 지라 만화영화를 볼 기회는 평일 오후 6시경 아니면 일요일 아침 시간때뿐이었다. 곤히 자다가도 만화 영화를 보기 위하여 일어나 이불 위에서 딩굴며 본 어린시절의 그 추억은 지금도 내 기억속에서 따스한 일부분으로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불나라의 난쟁이들>이라는 책제목만으로도 끌렸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체, 지레짐작으로 나처럼 이불 속에서 형제들과 딩굴었던 그런 추억담일까 아니면 혼자 잠잘 때 무서움을 이겨내기 위한 아이의 상상력일까,아니면 이불속 난쟁이들의 역경을 도와준다는 이야기일까하고 혼자 머리속에서 여러 장면을 그리며궁금해 했었다.

 

받아보고 나니, 이불 속의 난쟁이들이 열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 뚝딱뚝딱 기구를 만들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의 눈을 날라 아이의 열을 식혀준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이 책의 한장면 한장면을 보면서, 어찌나 유쾌하던지! 

 

난쟁이마을의 축제가 한창이던 때, 소녀가 그들의 발견하고 웃자 난쟁이들은 축제를 접고 소녀를 진찰하고 소녀의 열을 내려주기 위하여 뚝딱뚝딱 기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걸리버와 소인국을 연상하게 되는데,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밌다. 이 작품을 그린 데쿠네 이쿠는 너무나 진지하게도 만화처럼 여러 컷을 나눠 소녀와 난쟁이들의 얼굴과 행동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 컷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아이들 그림책에 이렇게 컷으로 나눠 처음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레이몬드 브릭스처럼 어지럽지도 않다. 컷은 큼직하게 나눠져 아이들이 충분히 한장면 한장면 묘사된 그림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마치 숨은 그림 찾는 기분이랄까나~ 게다가 난쟁이들이 기구를 만들고 이리저리 끼여 맞추는 장면은 얼마나 정교한지. 눈이 즐겁고 가슴이 펑 뚫린다.

 

일상생활속에서 지나쳐버리는, 별 거 아닌 소재를 가지고도 놀라울 만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일본 그림책 작가들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우리 나라 작가도 이런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상상력 좀 발휘하면 안될까나. 우리 나라 그림책 작가들은 너무 과거 지향적이다. 물론 옛것을 다시 조명하는 맘, 그 맘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떨때는 너무 진부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냥 아이들이 생활하면서 겪는 친근한 일상이나 사물에서 재미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좋은 그림책 한 권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꿈이 너무 야무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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