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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제목이 나를 주목하게 만든다.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어떤 길? 야고보 길. 즉 순례길..
명상? 마음 다지기? 길과 나? 인생길과 나? 삶과 나? 내가 살아간다는 것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흥미 있게 글을 펼쳐 본다.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그의 글은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자꾸 빠져들게 만든다.
그가 힘겨워 할 때는 같이 힘겹게 순례길을 걷고, 그가 친구를 만나면 나도 그 친구와 함께 같이 이야기 한다.
참 묘한 기분이다.
거창한 표현도 없고 어려운 낱말도 없다.
문화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상상이 깊이 되지 않을 뿐이지 그의 글은 편안하다.
그가 길에서 만난 모든 경치와 사람들, 호텔, 길 등 모두가 그와 함께 한다.
물론 독자인 나도 말이다.
나도 대학시절 여행이라는 거창한 모험을 감행 한 적이 있다.
혼자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간 뒤 다시 서쪽으로 남해안도로를 고속버스로 달리며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가 우리 나라였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홍콩이라는 낯선 나라에 거지 여행( 항공권만 준비)을 다녀오기도 했다. 거기서 만난 우리 또래의 아이들이 생각난다.
또 급할 때 화장실에서 화장지를 말없이 내주던 홍콩아줌마도...
모두 다 기억의 서랍장 속에 꼭꼭 쌓아두었던 나만의 추억이다.
지금의 남편과 유럽 여행도 다녀왔지만 이상하게도 혼자 여행 했던
그 때가 감동으로 더 다가온다.
아마 혼자이기에 자신에 대해 주변에 대해 더 깊고 맑게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누구나 한 번 쯤은 이런 여행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여행이라는 친구가 날 일으켜 세운다.
그의 순례길은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이 아니다.
힘들고 고약한 순례길이다. 그가 포기 하지 않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진정한 자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으며,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극한 상황에서도 일으켜 세운 더 큰 자아를 만들 수 있었으며, 그 누구이지도 않은 순수한 자신을 만날 수도 있었다.
그와 순례길을 동반한 많은 사람들...
그 중 자신과 꼭 생각이 맞아 떨어지는 친구도 만들 수 있었다.
매일의 일기 속에서 그가 깨달았던 것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 거칠게 또는 슬며시 왔다 간 사유의 덩어리이다.
난 이 사유의 순간을 매 번 놓치고 살아간다.
온 몸의 감각적 사유도 한켠에 묻어 둔 채 살아가고 있다.
“나는 깨달음을 사람이 지나야만 하는 문이라고 상상해 본다. 그 문을 지나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완전히 통과 하는 것을 목매어 바랄 필요도 없다.”
그의 말에서 난 사람이 지나야 할 문이 깨달음이라는 데 공감한다.
10대에서 모르고 지나갔던 것이 어느 순간 20대에 이해되고,
20대에 미처 몰랐던 것이 30대에 아하! 하고 깨달아 질 때가 있다.
맞다. 그래. 그게 바로 인생일 것이다.
매 순간 시간과 공간이 결합한 순간이 인생인 것이다.
이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나를 이끌었다.
좀 더 성숙한 자아를 만나게 해 준 것이다.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