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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궁궐 산책 - 정겨운 朝鮮의 얼굴
윤돌 지음 / 이비컴 / 2008년 5월
평점 :
난 요즘 <대왕 세종>을 시청한다. 세종의 일대기를 보며 그가 궁궐에서 겪는 답답함과 임무의 막중함, 신하와 문제를 풀어나가며 겪는 여러 사건들을 같이 나누며 그 시대를 읽어본다. 이런 사극이 나오면 으레 궁궐의 모습이 비춰진다. 하지만 그 궁궐의 모습에 하나하나 눈이 가지는 않는다. 가끔씩 펼쳐지는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 연기자들이 입고 있는 의복, 머리 스타일 정도만 눈에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 책 <우리 궁궐 산책>에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궁궐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쉽게 이야기 해 준다. 지은이 윤 돌은 독자들에게 “더 이상 궁궐의 화려함과 겉모습만 보지 말자!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러 가자!”고 주장한다. 조선이라는 나라에 살았던 사람들의 바람과 조선이라는 나라를 이끌었던 리더들의 생각이 궁궐의 돌 조각 하나에도 전각 하나하나의 모양에도, 색에도 담겨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궁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솔직히 숭례문이 불타오르기 전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예전에 살 던 왕의 근엄함이 묻어 있었던 곳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백성들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자신들만 편하고 안락하게 살고자 했던 왕실의 뒷면이 보여 그렇게 정감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숭례문이 불타오르고 재만 남은 우리의 국보 1호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나니 생각이 확 달라졌다. 조상이 남긴 이 소중한 역사를 내가 우리가 모두 지켜야 한다는 것. 양녕대군이 쓴 현판과 숭례문이라는 이름의 의미 등 모든 것이 달라보였다. 궁궐에 대한 나의 생각도 물론 달라졌다.
예와 의와 덕이 조화되어 지어진 경복궁은 조선 예술의 결정체이며 온 백성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진 곳이라는 것. 조선의 정사를 가장 오랫동안 펼치고 마지막 임금과 왕가의 식구들이 머물렀던 창덕궁. 일제에 의해 조선의 권위와 정통성의 상징이 뭉개져버린 창경궁, 인왕산을 등지고 평지를 안은 곳에 자리 잡은 경희궁. 근대사의 우리나라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경운궁……. 이 궁궐에 우리의 역사와 눈물과 사람의 손길이 희망이 모두 담겨있는 소중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사진이다. 어찌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담았는지. 그 곳에 가보지 않더라도 궁궐의 구석구석을 훑어 보여준다. 기와의 선이며 단청의 아름다움, 굴뚝의 무늬, 석상. 다양한 행각의 주춧돌계단의 답도 등 음양오행의 조화로움을 간직한 우리의 궁궐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모르고 궁궐을 산책하는 기분도 좋겠지만 이 책의 안내를 받아 궁궐의 모습을 산책 한다면 그 깊은 뜻의 반의반이나마 간직하지 않을까? 참 고마운 책이다. 다만 계절 별로, 날씨 별로 아름다운 궁궐의 모습이 담겨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유교적 사상 그리고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기를 바랐던 조선이 여기 이 궁궐에 담겨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후세에게 남길 것인가. 어떤 철학과 역사를, 삶의 모습을 남겨 보여줄 것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