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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사물들 - 일상을 환기하고 감각을 깨우는 사물 산책
김지원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3월
평점 :
책제목을 보니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라는 영화제목이 떠올랐다
영화는 보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애정하는 사물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내 방, 내 집, 내 사무실, 내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 내가 사용하는 물건들이 있다
혹은 나 뿐 아니라 나의 가족, 동료, 친구와 함께 쓰는 물건이기도 하다
그 중 나를 위로하고 마음을 채워주는 사물은 어떤 것일까
몇 년 전 미니멀라이프가 한참 유행할 때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고 살자는 내용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도 관심있어서 여러 책을 읽었는데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글이 설레이는 물건만 남기고 다 버리라는 거였다
날 설레이게 하는 사물,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물이 아닐까
물건을 살 때 오래 두고 봐도 내가 좋아할 만한 걸 고른다
작은 물건이라도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나를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서 꼼꼼히 고르는 편이다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혹은 감성까지 산다고 생각한다
이 물건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졌을지 떠올려보곤 하는데 이 책엔 그런 사물들이 한가득 소개되어있어 즐거웠다
사색하며 사물을 만들고 사용자에게 마음을 담아 전달하는 창작자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서 물건마다의 이야기를 듣는 듯 했다
사람마다 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듯 사물도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다
유리공예가 박선민의 버려진 유리병들을 모아 만든 업사이클 프로젝트 <Re Bottle> 시리즈를 볼 땐 나도 새로운 용도로 만들어진 유리 제품을 하나 갖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유리는 최대 20번까지도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규격에 맞춰 생산되는 국내 주류 유리병은 대부분 재사용되지만 규격에 벗어난 용기들이나 수입 주류 유리병은 폐기된다
유리병 아랫부분을 잘라 유리컵으로 만들기도 하고 유리병 윗부분은 풍경이나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기도 한다
종이책과의 시간을 위한 작은 사물 <리틀 북레스트>
한 권을 끝까지 보지 않고 여러 권 보는 습관이 있어서 만든 작은 가구다
독서 중인 여러 책들을 꽂아 놓을 수 있는 프로젝트 그룹 월간오브제의 첫 번째 나무 가구다
나도 보던 페이지 그대로 책을 뒤집어 놓는 습관이 있는데 가구의 모양이 꼭 뒤집어놓은 책 같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으면서 실용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책에선 18가지 창작자의 시선과 사용자의 시선을 소개하고 있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고 나처럼 시각적인 성향이라면 재미있는 책이 될 듯 싶다
디자인책이라 그런지 사진이 많아서 잡지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