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는 내 성격 - 성격장애, 어떻게 함께 지내고, 어떻게 극복하나
오카다 타카시 지음, 유인경 옮김 / 모멘토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이란 말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어느 집단에 가든! 일정 수의 또라이가 존재 한다는 법칙이다.
즉, 내 위에 상또라이가 있다해서 팀을 옮기면 새로운 팀에도 똑같은 또라이가 있다. 운이 좋게 그 사람이 조금 덜 또라이다 싶으면 대신에 그런 사람이 여러명 있다. 그러던 어느날, 또라이가 회사를 그만두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뻐하긴 이르다. 그 자리에는 또 다른 또라이가 들어오게 된다. 이게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소스라치게 공감되는 법칙이다. 어느 집단에 가든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은 꼭 있게 마련이고, 그 사람이 없어지고 나면 새롭게 미운 사람이 등장한다. 마치 그 동안 가려져 있던 숨은 똥(?)을 찾아낸 것 마냥 금세 싫은 마음이 증폭된다. 사람 마음이 본래도 이럴진대, 인성 교육, 가정 교육의 부재로 성격 장애를 가졌거나 예의 범절과 상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니 참 집단 생활 하기가 고단하다.

단, 이 법칙에는 아주 중요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만약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우리 조직에 또라이가 없는 것 같다면... 애석하게도 본인이 그 또라이라는 것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계속 해서 나와 부딪히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 단순히 그 사람과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든, 혹은 나도 모르는 성격 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병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점으로 비춰질 수 있는, 성격적으로 모난 부분 말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심리학 분야의 입문서로도 적절하고, 일반인들을 위한 실용서적으로도 훌륭하다.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주변에 그러한 사람이 존재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음과 같은 총 10가지의 성격장애 유형이 등장하며 각 유형에 해당하는 유명인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경계성 성격장애(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 자기애성 성격장애(칭찬만 듣고 싶은 사람들),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주인공이 되고 싶은 사람들), 반사회성 성격장애(악을 삶의 보람으로 여기는 사람들), 망상성 성격장애(남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분열형 성격장애(머리로 살아가는 사람들), 분열성 성격장애(친밀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 회피성 성격장애(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의존성 성격장애(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들), 강박성 성격장애(지나치게 의무감이 강한 사람들)

천성적인 거짓말쟁이였던 코코 샤넬, 영감이 풍부하고 초자연적 현상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칼 융, 동양사상과 불교에 심취했던 헤르만 헤세 등 그들의 훌륭한 업적과 대조적인 성격적 문제들을 알게 되니 몹시 놀라웠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20여 년 동안 정신과 의사로서 만나왔던 많은 내담자들과의 임상치료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실제 치료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가 더욱 희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책에 큰 매력을 느낀 이유는 성격장애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과 함께그들과 살아가는 요령을 알려 준다는 것이다. 기존에 접해왔던 심리학 서적의 경우 주변에 존재하는 위험한 사람들의 특징을 설명해 주고 피하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대개의 경우 그것이 쉽지 않다. 그러한 사람이 매일매일 얼굴을 맞대고 함께 일해야 하는 동료이거나 가족일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그래서 막상 읽고나면 그들에 대한 두려움만 커지고 마땅한 대처 방안이 없어 답답해지기 마련이다. 이 책에는 성격 장애별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그들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주면 좋은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특히 성격장애의 본질과 발생 원인에 대해 설명 해주는 점이 훌륭하다. 누군가와 계속 트러블을 일으킬 경우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이해와 공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피하기 전에 역지사지의 자세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한 면에서 그들이 왜 이러한 성격을 갖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 연민을 갖게 되고 그들과의 문제들을 좀 더 담담하고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절망적인 소시오•사이코패스가 아니고서야 진심으로 대하면 통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립의 순간을 미리 예측하고 좀 더 유연한 자세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이러한 성격 장애로 판단될 경우 이 책에는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요령들이 제시되어 있으므로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를 위해 마지막 부록에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성격 자기진단 질문지'를 실려 있어 자신의 성격을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각 성격 장애마다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하고, 내 얘기인가 싶어 얼굴을 붉히기기도 한다. '나' 이기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모르는 면이 굉장히 많았다. 왜 내가 그러한 성격적 특성을 갖게 되었는지 짐작해 보는 계기도 되었고. 특히나 본인의 부정적인 면모는 솔직하게 들여다 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점은 잘 몰랐던 것 같다. 조금은 지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엔 주변에 존재하는 또라이들 욕을 대신해주는 것 같아 시원한 마음이 들지만, 마지막엔 자기 반성을 하게 만들어 주는 기특한 책이다!!


덧.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이외에도 지랄총량 불변의 법칙도 있단다. 인생이 부리는 지랄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젊을때 지랄을 많이 한 사람은 늙어서 적게 하고, 젊어서 지랄을 적게 한 사람은 늙어서 많이 부린다.

음.. 나는 어땠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젊음의 범주는 과연 어디까지 인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