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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 학교 대신 세계, 월급 대신 여행을 선택한 1000일의 기록
박 로드리고 세희 글.사진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제목도 맘에 들었지만..
뒷표지에 적힌 추천인들이 일단 안심이었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과 사진가 신미식의 추천평..
우선..김태훈의 추천평은 이렇다.
'박 로드리고 세희의 여행은 낯설다. 그는 풍문과 상식으로 여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여행은 세상에 가득한 편견과 우리의 고정관념을 해체해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꼼꼼히 쳐다보고, 우두커니 서서 생각하며, 사람들의 손을 잡는다. 그만의 방식으로, 이미 가본 곳이라고, 이미 아는 곳이라고 과신하지 마라.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당신이 이미 여행한 곳이 그 은밀한 속내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음을 깨달을지 모른다'
사진가 신미식의 추천평은 이렇다.
'박 로드리고 세희의 사진은 몇 년 전 전시회에서 본 적이 있는데, 사진들의 시선은 주로 사람과 연결되어 있었다. 사람을 담는 사진가의 본질은 사랑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사람을 제대로 담아낼 수가 없다. 그의 글에도 역시 사람 이야기가 많았다. 꾸밈이 많은 세상에서 유독 꾸며내지 않은 진정성 있는 글과 사진들이 이 책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그가 걸었던 길과 그가 만났던 사람들을 함께 만나고 돌아온 듯했다. 누구나 여행을 떠나지만 누구나 가슴으로 만나지는 못한다. 그건 아마도 마음을 닫은 채 여행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자가 만난 사람과 풍광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성과 외로움이 동시에 떠오른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두 추천평의 느낌들이 의미들이 가슴에 와 박혔다. 이들도..이 책을..정말..다 읽었었구나^^
이 책의 저자 박 로드리고 세희는 영화도 찍고 뮤직비디오도 찍는 촬영감독이다. 처음 영화 현장에 입문한건 20대 초반.. 일년정도 촬영팀 막내로 혹독한 고생을 해서 받은 목돈으로 인도를 3개월 여행했다 한다. 돌아와선 노트북을 팔고..카메라와 렌즈를 팔고 돈이 생기자 또 일년간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와 영화 촬영을 하고 다시 여행을 떠나고를 반복..여행과 밥벌이 사이를 오가며 10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떠돌았다고..
저자에게 여행은 떠남이었고 비움이었다 한다. 떠나고 나니 자신 안에 가득찼던 절망은 비워졌고 빈자리에는 대신 용기가 차 올랐다고 했다.
이 책을 쓴 이유는..
가령 좋은 영화나 여행지를 만났을 때 지인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과 비슷한 이치라 했다.
또.. 잘난 게 하나 없는..한국에선 평균 이하의 삶을 사는 자신은 한국에서 태어나..
여행의 자유를 누리지만..
자유롭게 여행 다니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회의 부채의식이 생겨났다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누린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쓴듯해 보이기도 했다. 이책의 수익금 일부는 '빅이슈' 판매원들의 자활을 위해 기부가 되니 말이다.
생각해보니..
난..책을 읽을 때도 여행을 떠날때도..내 안에 뭔가 채워넣기 바빴지..
특별히 비우려하진 않았던거 같다. 여행의 경우..계획한대로 체크해간 대로..
이것만은 꼭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와야한다는 강박도 갖고 있었던거 같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여행지의 경우.. 뭘봤다..계획대로 해냈다 보단..
누구와 이런 얘기를 나누었다..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다.. 누구와 어떤 경험을 했다.. 당시 내 감정은 이랬다 같은 게 오래 남는 것 같다. 그러면서 여행은 추억은 더욱 충만해지고 말이다.
저자는 특히..남들이 잘 가지 않는 중앙아시아, 중동..그리고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예멘과 시리아까지도 다녀왔다. 그곳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관련 사진..그리고 저자의 깨달음등은..예술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저자가 바이칼 호수를 산책할 때 숙소에서 몇번 마주친 여성과 인사를 나누었다 한다. 그녀는 이내 호숫가로 내려가더니 옷을 벗더란다. "뭐해? 여기서 수영할 거야?" "아니..바람으로 샤워할거야"
와우..
이런 깨달음을 주는 사람들은 주변에 참 많다.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말이다.
저자는 혼자하는 여행에 대해 언급한다. 둘이 되는 순간 운신의 폭은 반으로 줄어들고 사유의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고..그래서 여행의 희열도 반으로 줄어든다고.. 둘이기 때문에 누리는 위안과 기쁨도 좋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의 본질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삶을 교정하는 것이란다. 그러면서 이야기 한다. 여행은 혼자 할 때 가장 빛난다고 하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늘 외롭다는 게 여행의 딜레마라고 말이다.
그러고보면 여행은 어릴때 할수록 도움이 많이 될듯하다. 한 사회 안에서만 살다보면 사고가 고이게 되니 말이다. 유연하게 흐르는 사고를 하기 위해선 온몬에 밴 습속을 뒤집어 놓을 수 있게.. 먼 나라를 여행하며 멋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큼 효과적인게 없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음..정말 세계가 공유하는 상식이란 없는 거 같기도 하다. 나라마다 법이 다르고 정서가 다르고 말이다. 가령 네델란드에선 마약이 합법이지만 어떤 나라는 마약을 운반만해도 중형을 받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몇 년전만 하더라도 식당에서 담배 한 대 피우는 게 어렵지 않아지만 지금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고 이젠 법으로도 금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면..상식이란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상식은 늘 변하는 것 같다. 상식도 자기 안에서만 통하는 헛된 믿음인듯하고 말이다. 자신의 상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 상식은 폭력이 되고..
'여행의 기술'에서 알랭드보통은 '여행은 질문을 하기 위한 행위'라고 했다.
난..여행을 계획하고 떠났을 때..어떤 질문을 갖고 가지? 뭘 보기위해 노력하지?
이 책을 읽으며..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바뀌어져야 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