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6년 전 구입했었는데.. 내가 왜 이 책을 이제야 읽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총 열 네권의 책을 다루고 있다. 이 중 소설은 모두 다섯권인데..뵐의 소설을 제외하곤 모두 내가 중고딩때 읽었던 책이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벌', 푸시킨의 '대위의 딸', 최인훈 '광장',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이 책을 읽으며 '죄와벌', '대위의 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광장'을 다시 읽게 됐었다.
아!! 소설들은 그대로였지만..내가 달라졌기 때문일까? 책이 다르게 다가왔었다.
역시..책은 읽는 사람의 소망과 수준에 맞게 말을 걸어주고.. 들을 준비가 돼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구나..
난 솔직히 정치엔 관심이 없고 잘 모른다. 그러다 김진애가 유시민을 인터뷰하는 걸 들으며 그가 말하는걸 처음으로 집중해 듣게 됐었다. 사람 괜찮네.. 내게 유시민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듣게 됐고 유시민이란 사람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됐었다. 그렇게 돌아돌아.. 6년전에 구입만 해놓고 3분의 1도 안 읽었던 책을 읽게 됐고 말이다.
그는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서평 끝에 이런 글을 적어놓았다.
'나는 지쳤다. 존경했던 이들은 먼 곳으로 떠났고, 사랑하는 동료들은 시대의 삭풍에 떨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겠으나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 몰라 번민한다. 내가 받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를 외면하고, 같은 방향을 보고 걷는 사람들과도 손을 잡기가 어렵다. 가끔 나는 내 자신이 물 밖으로 팽개쳐진 물고기 같다고 느낀다. 다른 생각 없이 그저 잘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면서 나에게 친숙한 작은 공동체 안에서만 머무르고 싶다.'
총 319페이지.
이런 책..오랜만이네.. 챕터마다 눈자위가 뜨끈해지고 콧날이 시큰해지는..
저자는 살아오며 자신의 삶에 이정표가 되었던 책을 엮었다고 했다. 그리고 오래된 지도를 다시 보는 심정으로.. 긴 여정을 함께 했던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지난 시기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며 이 책을 펴게 됐다 이야기 한다.
서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
'길을 잃었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 여정을 떠났지만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차례차례 다른 길을 선택해 멀어져 갔다. 아픈 다리 서로 달래며 지금까지 동행했던 사람들도,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곳에선가부터 함께 걸어왔던 이들도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라고..
지구상에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은 없는듯하다. 그래서 외로웠지만 나만 그런게 아니였구나.. 이 순간부터 고독을 더 즐기는 사람이 돼야겠다.
저자는 이 책을 사랑하는 딸에게 바치는데..딸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 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라는 것을.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줘야지^^
이 책은 소설 5편 말고도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마르크스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맬서스의 '인구론', '맹자', 사마천의 '사기', 다윈의 '종의 기원', 베블런 '유한 계급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카 '역사란 무엇인가'란 책들을 다루고 있다.
유시민이 고딩과 대딩 때 읽었다던 이런 책들이 지금의 그를 만든게 아닌가 싶다. 이 책들 안에는 그의 또다른 추천서들도 있고.. 난 최근에 알았지만 아직 읽지는 못했던 책들도 많아..역시 우린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마틴 발저의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읽었다거나 한권의 책만 읽고 거만하게 나오는 사람들과의 만남엔 피로감이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특별한 경계를 세우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독서하는 사람, 사고가 유연한 사람..대니가 그렇긴 하지만..이런 주변인들이 많았음 좋겠다. 나부터 이런 사람이 돼야겠지?^^
유시민작가님..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