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내가 평생 들어온 그 다정한속삭임. 어떤 아픔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고 내게 장담하는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엄마의 모성이, 엄마가 느꼈을 테지만 능숙하게 숨겼을 무진장한 공포를 제압해버린 것이다. 엄마는 무슨 일이든 어찌어찌 잘 풀릴 거라고 내게 말해줄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다. 난파선이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담담히 지켜보고있는 태풍의 눈과도 같았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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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자세히 촬영을 하면 어떨까?
다큐멘터리 같은 걸 만드는 거지. 우리가 거기서 보낸 시간을주제로." 내가 말했다.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민감하고개인적이고 비극적인 무언가를 끌어들여 하나의 창작물을 만드는 일을. 그 말을 입 밖에 내기가 무섭게 이런 사실을 깨달았고, 스스로가 역겨워졌다. 점점 부끄러워지더니 엄마가 그린 꿈에서 단번에 쫓겨났다. 그리고 현실이 구역질날 정도로분명하게 다시 밀고 들어왔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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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병원을 바라봤을 테니 설령 그게 병원임을 알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상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환자와, 그 환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그들 앞에 정확히 무엇이 왔다갔다하는지를. 그곳에는 우리보다 훨씬 운 나쁜 사람이 너무나많았다. 그들을 도울 가족이 없는 사람,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
치료 받는 동안 휴가조차 못 내는 사람 우리는 세 사람이 달라붙어 간병을 했는데도 그렇게나 힘이 들었건만.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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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러 가느라 한 시간만 집밖에 있어도 마음이 불편했다. 두 분은 한 몸처럼 움직였고, 그래서 아주머니에게 빚진기분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쩐지 조금씩 내 자리에서 밀려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최악의 상황이 닥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내 마음속 가장 먼 곳으로 밀어내고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 한편에서는 지금 이 시간이 엄마와의 마지막순간이 될 수도 있으리란 걸 알았고, 아직 뭐든 할 수 있을 때우리가 함께 있는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보내고 싶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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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는 플라스틱 주사관이 의료용 투명 테이프로 고정돼 있었다. 엄마는 살짝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다. 좀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는 엄마의 표정에 희망이어려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어쩐지 나도 덩달아 희망을 품게 됐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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