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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관계다 - 그래티튜드 경영
이병구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여기 한 회사가 있다. 아무도 없이 혼자 창업했는데, 이미 25년이 지났다. 직원 1명인 회사가 지금은 직원 2천명이 일하는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서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 경영자가 쓴 책이 나왔다. 히든챔피언 기업에 해당하는 네페스의 이병구 회장이 쓴 <경영은 관계다-그래티튜드 경영>이 그 것이다. 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맺어지는 최선의 상태, 가장 우호적이고 긍정적이면서 함께 행복을 지향하는 관계가 그래티튜드라고 정의하며, 역경속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다시 창조함으로서 재도약을 이뤄내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영자들이 창업을 하면서 꿈꾸는 것이 ‘지속경영’이다. 경영학자들도 경영학에서 창업한 기업이 지속경영을 한다는 가정하에서 이론을 설명한다. 지속경영은 한마디로 매년 성장을 하는 모습을 말한다. 창업후 생존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의 경우, 사업은 쉽지 않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주변환경이 갑자기 나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바뀌면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저자는 결국 지속경영을 위한 에너지는 회사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의 현실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거친 파도에 흔들리는 바다위의 배 한척과 같기 때문에 파도가 세더라도 배가 부서지지 않게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구성원인 직원들의 ‘마음 근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마음 근육의 달련을 위해, 저자는 회사에서 ‘337 라이프’로 체화하도록 하였다. 동료들과 하루에 3가지 이상 좋은 일을 나누고, 하루 3곡 이상 노래를 부르며, 하루 30분 이상 책을 읽고, 하루 7가지 이상 감사편지를 쓴다. 이러한 감사를 통한 마음 근육의 강화결과 25년간 중단없는 상승세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회사에서 있었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휴대전화의 터치 패널을 제조하는 공정의 50억짜리 고가 장비가 있었다. 그런데 한달에 10건 전후 고장을 일으켜 가동이 중단되었는데, 한번 고장날 때 몇억씩 손실이 발생하니 고심이 많았다. 그래서 아침마다 장비앞에서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90도 인사를 하였더니 고장이 한달에 1건으로 대폭 줄었다고 한다. 이러한 감사에너지가 기업으로 퍼져서 성장의 에너지로 바뀌어 기업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면 한때 일본에서 유행했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이 연상되고, 일본 경영서적 특유의 ‘자세’를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라’는 부분에서는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일화를 인용한 부분이라든가,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직원들은 결국 직장을 ‘돈벌이 장소’로 여기고 그로 인해 경영자는 올바른 경영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부분을 보면 더욱 그렇다. 1980년대 세계경제를 주름잡았던 일본기업의 종신고용이라든가, 마음가짐을 강조한 방식을 많이 적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직원들이 감사하는 마음은 업무를 임하는데 있어서 좋은 태도가 될 수 있고, 공동체에서 화합을 강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의 회사처럼 아주 정밀한 제품을 만드는 상황이라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불확실하고 파괴적인 기술이 많이 나오고, 그로 인해 산업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럴 경우 혁신을 이루는데 유리한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인한 파괴적 혁신을 이루는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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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방식은 조직 구성원을 존중하지 않고 조직의 부품으로 여기는 풍토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고무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옥부지 매입에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하는 국내의 어떤 자동차 제조업체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여 항소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저자의 그래티튜드 경영이 고용없는 성장 시대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좋은 모델로 남아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