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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일본부는 없었다
황순종 지음 / 만권당 / 2016년 4월
평점 :
책이름 : 임나일본부는 없었다.
지은이 : 황순종
출판사 : 만권당(2016)
지난 2월 ‘이상한’ 재판이 열려 언론과 학계의 주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관련 재판이었는데, 그 주제가 바로 ‘임나일본부’였다. 사건의 발단은 <조선왕 독살사건>으로 알려진 대중적인 역사평론가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자신의 저서인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 김현구 전 고려대 교수의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를 언급하면서, 이중 한국 고대사 부분이 일본 극우파의 시각에 동조했다는 허위 사실을 써서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건이었다. 이 사건은 학문적 논쟁의 연장선상이라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무혐의로 종료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심 재판부는 임나일본부에 동조하는 김현구 전 고대 교수의 손을 들어주어 충격을 주었다. 비록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일본제국주의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임나일본부설에 대해, 대한민국 법원이 면죄부를 준것 같아 입맛이 개운치 않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임나일본부의 허구성을 낱낱이 밝히는 책이 나와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임나일본부는 없었다>라는 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 황순종은 역사전문가가 아니다. 행정고등고시출신의 엘리트 공무원 출신이다. 저자는 역사학자들이 꺼려하는 고대사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원전 사료를 중심으로 식민사학의 문제점을 공부하여 <동북아 대륙에서 펼쳐진 우리 고대사>, <식민사학의 감춰진 맨얼굴> 등 이미 여러 권의 관련 책들을 펴낸 바 있다.
저자는 임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임나는 일본서기에 나오는 이름인데, 임나일본부설(혹은 남선경영론)에 의하면, 일본의 고대왕조인 야마토왜가 서기 4세기 후반부터 6세기 후반까지 200년이상 지배해왔으며, 가야가 임나이며, 임나일본부는 임나를 지배하기 위해 야마토 왜가 임나에 둔 통치기구라는 것이다.
일제가 만들어낸 식민사관은 두 가지이다. 첫째, 한사군이 한반도내에 있었다는 것과 둘째, 고대 한반도 남부가 임나일본부의 지배를 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1945년 일제의 강점이 끝났지만, 식민사관을 계속 추종하는 세력들은 계속 임나일본부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론적으로는 식민사관을 비판하지만, 각론에서는 임나일본부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나의 위치가 어디였는가가 문제가 된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임나는 쓰쿠시국에서 2천리 떨어져있는데, 북쪽은 바다로 막혀있고 계림의 서남쪽에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 위치가 현재의 대마도나, 큐수 북부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식민사학자들은 문헌적 근거가 없이 일본서기의 기록만을 인용하여 한반도 남부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갖고 일본서기를 검토하면 그 허구가 드러나기 때문에, 일본 식민사학자들은 적반하장 격으로 ‘삼국사기 불신론’이라는 이론을 만들어 반박하고 있는 정도이다. 다양한 고문헌 자료 검증을 통해 저자는 김현구 등 학자들이 동조하는 임나일본부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으며, 삼국사기와 일본서기를 비교하여, 일본서기의 허구성을 증명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조작한 역사는 식민사학이며, 한국인이 한술 더 뜬 주장을 하면 매국사학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이덕일-김현구 재판건에서 보듯 안타깝게도 일본의 식민사관은 아직도 건재하고, 현재 역사학계도 식민사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임나일본부는 없었다>를 통해 고대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