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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가 있은 후, 중국과 미국간의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명분상으로는 북한으로부터 남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중국에서는 자신들을 감시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이 될만한 책이 나왔다. 인문지리학의 원리를 이용하여 국제정치를 분석한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인 파스칼 보니파스는 파리8대학 유럽학연구소의 교수이며, 세계 정세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 필요한 기초지식을 제공한다. 그는 20세기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다양한 국제적 사건을 토대로 지정학을 크게 냉전과 화해무드인 데탕트, 다극화 세계의 출현으로 나누고 있다.
15세기말 유럽은 대항해시대이후 오랫동안 세계를 재패해왔다. 그러나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은 강한 유럽을 쇠약하게 만들었다. 전쟁으로 나라가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던 미국과 소련이 세계의 중심이 된다. 양강체제로 서로 으르렁댔던 미국과 소련은 끊임없이 서로 견제했지만, 전쟁은 피할 수 있었다. 냉전의 긴 시간은 자연스럽게 화해무드인 ‘데탕트’로 이어졌고, 비교적 평화가 유지되었다.
비록 핵전쟁의 위험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대립구도는 남아 있다. 서방세계 국가들의 독점이 깨치고 다원주의 체제로 바뀌었다. 저자는 그들의 독점 구도가 더 이상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통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분석한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일본과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하면서 민족주의 레토릭이 득세했으며, 그의 정책이 여론의 지지를 받자 일본과 한국 및 중국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북한체제를 유연하게 개방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김대중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남북사이에 있었던 모든 화해 행위와 협정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던 것, 동시에 자유무역협정을 이끌어내면서 미국과 더 가까워줬던 점을 언급하고 있다. 남한은 민주주의 국가로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국제사회에 동화되었지만, 북한은 매우 불안정해서 그 존재만으로 위협이 되고 있으며, 둘의 관계는 동아시아 뿐만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주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어찌보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약 백여년전 구한말 시대에 위기에 처했던 조선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서 고초를 많이 겪어왔다. 이러한 상황을 위기, 즉 위험한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우 중요한 시점인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