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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으로 나온 인문학 - 동서양 대표성인 8인의 마음수업
송태인 지음 / 미디어숲 / 2016년 6월
평점 :
수년전부터 우리나라 독서계에 ‘고전 열풍’이 불었다. 인류의 지식보고인 고전을 꼭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 열풍을 불러일으킨 사람 중 하나인 어느 베스트셀러 작가는 고전 읽기를 강조하는 그의 책에서 ‘지배층들은 다른 사람 몰래 고전을 읽어왔으며, 성공한 외국인들 역시 고전을 많이 읽은 사람이다’라고 한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고전을 읽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여, 돈을 잘 벌기 위해 고전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은근히 사람들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인문학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표적인 예로 애플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대학 중퇴 학력인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을 강조했다는 이야기다. 과연 인문학을 강조해서 스티브 잡스가 성공했을까? 다른 일을 잘했는데, 인문학을 우연히 좋아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인문학을 전공했고 평생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들중 성공했고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부족한 탓인지 눈을 씻고 봐도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중 그 내용을 대중에게 잘 전달한 사람들은 성공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문학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의 인문학 전공자는 최근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된 서리를 맞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대학에게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부분 대학에서 인문학과 정원을 줄이는데 혈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당장 취업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논리이다. 스티브 잡스같은 ‘창조경제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침을 튀겨가며 강조를 하면서도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모순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 책이 계속 쏟아지는 가운데도, 신간 <세상 밖으로 나온 인문학>은 조금 다른 형식을 하고 있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인문학 상담활동을 했던 저자는 고전에 대한 어렵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깨기 위해 셀프카운슬링의 형식을 활용했다. 그래서 ‘장자와 학자를 만났다’는 식으로 장자와 학자간의 대화를 통해 과거의 장자가 아닌 현재의 장자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사실 고전은 꼼꼼히 한자 한자 의미를 새겨가면서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자는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쉬운 구성을 위해 형식을 과감히 바꾸어서 읽는데 이해를 돕게 한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다만 많은 고전중 8권만 선정한 기준이 어떤 것인지 분명치 않다. 부제로 동서양 대표성인의 마음 수업이라고 했으나, 서양을 대표하는 예수나 마호메트와 같은 중요 인물들에 대해서 언급하거나, 과감하게 동양고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일부 남는다.
인문학을 강조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사람의 목숨대신 경제성이라는 잣대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인들과 정치인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왔다. 이익을 생각하는 양혜왕을 꾸짖었던 맹자처럼 먼저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인문학은 누구나 꼭 공부해야 할 필수 과목임에 틀림없다. 그런면에서 저자의 책도 의미있는 접근방법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