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해리
()
l
2016-04-10 07:26
|
내용 | 강진에 사르리랐다
박종규 / 소설가 zzizl@hanmail.net
서울의 각 구청은 물론 지방의 행정청들을 보노라면 이곳이 중국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았다. 중국인들은 말에서나 행동에서 과장된 몸짓이나 어투가 많다. 또 많은 인구를 관리하다 보니 행정청의 청사들도 그 규모가 크다. 중국여행을 하다 느낀 것은 그들의 과장법이 마냥 허구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땅에는 정말 대단히 큰 태산(泰山)들이 즐비했고, 궁터도 대단히 컸으며, 무릉도원 같은 신묘한 산수 절경들이 많고 많았다. 인구도 많고, 종족도 많고,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즐비했다. 그러니 그들의 입에서 크고, 대단하고, 최고라는 수식어들이 거침없이 나올 법도 하였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대비요소들을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아프리카 수단 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나라의 큰 플랜트를 우리 기업이 수주해 짓게 되었는데, 그 나라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공식장을 꾸미기 위해서였다. 내가 가진 정보를 토대로 우리식 사고방식대로 식장을 꾸몄다. 식이 거행되기 3일 전 대통령 경호팀이 답사를 나왔는데 연단의 높이를 군중의 높이와 맞춰야 한다며 재 공사를 요구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군중들 앞에서 뒷모습도 보이면 안 된다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다운 발상이었고, 그들은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위정자의 자세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지자체들을 보자. 아방궁 같은 청사들이 군민이나 시민들 위에 군림하듯 위용을 떨치고 있다.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용도가 없어 빈 방들이 즐비하고, 이 공간을 활용하는 기업이나 단체를 구하지 못하여 관리비만 퍼붓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속빈 강정이라 했던가. 지자체 예산 자립도가 30%대를 밑돌거나 마이너스인 걸 생각하면 그 큰 청사에 있는 공무원들이 일꾼들로 보이지를 않는다. 그런데 강진군은 달랐다.
김윤식 같은 대 시인을 배출하고, 그 생가를 잘 보존하고 있으며, 희대의 명저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목민심서의 산실인 다산초당과 정약용의 터전이었던 강진. 월출산과 바다, 넓은 평야를 기반으로 풍요와 전래문화의 산실이 된 강진 땅을 처음 밟으면서 놀란 것이 청사건물이었다. 고풍스러운 오래된 건물이 겸손하게 다가왔다. 주차장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듯싶었다. 방문객들에게 전혀 부담이 없도록 출입이 자유로웠다. 하지만 바로 인근에 있는 영랑 생가는 깔끔하고 오롯이 보존되어 있었다. 영랑 생가로부터 정약용의 흔적을 따라가는 관광 코스도 일품이었다. 특히 강진의 일품요리들을 즐길 수 있도록 우리 문학인들에게 가이드 된 일정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관광의 요소로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를 꼽는데 강진은 이 세 가지를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그 남은 한 가지는 강진군을 끌어가는 공무원들의 복무 자세였다.
스리랑카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국내 대기업 회장을 수상이 초대했는데 회장 수행인 자격이었다.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날 방문 기념 앨범을 받았다. 나를 나흘간 그림자처럼 파트너로 일했던 사람이 장관직을 가지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다 이야기 할 수 없지만 마지막 날에야 그 사실을 알고 그분에게 너무 미안한 감정이었다. 오로지 나라를 위해서 자기의 권위를 의식하지 않고 귀한 손님들에게 온 힘을 다해 봉사했던 그들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강진군에서도 그런 일꾼을 만났다.
그는 때로는 인솔자로, 때로는 가이드로, 때로는 심부름하는 사람처럼 자기를 낮추어 우리 일행에게 봉사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봉사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챙겨주고 깊은 인상을 남긴 문화관광과 직원. 지자체마다 관광중흥 바람이 일고 관광의 수익이 군정 재원조달의 화두라는 것을 인식하여 경쟁적으로 관광객들을 유치하다 보니 담당 부서의 콧대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강진의 일꾼들은 낮은 자세로 성실하게 근무하는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우리가 만난 강진군 공무원은 이분 한 사람이었다. 이분이 좋지 않은 인상을 주었다면 강진군 공무원들 모두에게 해를 주었을 것이다. 전라남도는 해안선을 따라 관광벨트가 형성, 수많은 관광지가 있다. 해양박람회로 일거에 관광명소가 된 여수를 비롯하여 순천, 장흥, 완도, 진도, 영암, 함평 등. 하마터면 영랑 생가와 다산초당이 있는 강진을 빠트릴 수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 강진군이 문인들에게 보여준 문화체험은 함께했던 문학인들의 손끝에서 문학적으로 일궈져 관광 강진의 모습을 새롭게 조망하리라 믿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강진에 살고 싶어 했다. 강진 군수에게는 오히려 청사를 좀 더 크게 지을 것을 권하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을 꼼꼼히 챙겨주어 멋진 강진여행을 선물해 준 문화관광과 차장님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