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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손님과의 밤
백설홍 / 미스틱레드 / 2019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매를 간절히 기다린 초기대작이었는데 실망스럽다.
어째 작품이 발표될 수록 작가님이 직접 설명하는 설명조의 문장이 점점 늘어나는 지 모르겠다.
이런 지시문같은 글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미리보기만 봐도 르네가 아델라이드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은 르네가 굴려지는 장면에서 심장을 부여잡고 고통을 느끼고, 테오가 아델라이드의 기억과 현실의 르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걸 보면서 같이 괴로워해야하는데, 그 부분이 약하다.
그냥 아내가 바람나서 죽은 상처를 지닌 한 군인과 주인에게 괴롭힘 당하고 도망갈 곳도 없는 벙어리 하녀의 새로운 사랑얘기같다, 사연이 있는 커플의 재회가 아니라.
아니 초반이 좀 약하다 쳐도 후에 모든 게 밝혀진 후의 반동이 심하면 그런대로 재밌었다 싶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책 거의 다 끝날 무렵에 악역이 휘리릭 밝혀지더니, 여주의 기억이 갑자기 돌아오고 남주의 시력도 갑자기 돌아오고 신성력으로 얼굴화상도 다 복원한 걸로 모자라, 둘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 지 독자들은 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사이좋은 부부가 서로를 다정히 바라보고 결말이다.
나는 짜르르한 심장통을 느끼고 울면서 보는 작품을 기대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냉정한 눈으로 볼 수 있나 싶다, 이렇게 좋은 소재를 가지고.
그렇게나 서로 사랑했던 커플이 한 쪽은 얼굴의 절반을 화상을 입고 말을 잃어 벙어리가 되고, 한 쪽은 눈을 잃어 장님이 됐는데, 그 상황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운명의 끌림을 느끼는데, 이 스토리가 어떻게 애절하지 않을 수가 있지?
한 권 짜리 소설이다 보니 악역인 알렉스나 남작에 대한 복수가 얼렁뚱땅 넘어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중요한 건 두 주인공이니까.
하지만 그 주인공들에게서 감정의 폭풍을 맞아 내 눈도 눈물폭풍이길 기대했던 나는 맑고 고운 눈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실망이 커서 2점으로 하려다가, 못쓰인 글은 아니고 중간은 가기 때문에 3점.
작가님 글 잘 쓰세요! 소재도 항상 괜찮구요! 하지만 찌통물은 찌통이 심해야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