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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평점 :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로 책은 시작한다.죽음이 중지된 나라-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눈먼 자들의 도시><눈뜬 자들의 도시><이름없는 자들의 도시> 이 3권의 책 다음으로 또다시 특별한 소재로 책을 만났다. 벌써 4권째 접하는 그의 책. 그가 펴낸 나머지 책들도 이런 색다른 소재일지 궁금해진다.
한 나라가 자정을 땡~하며 넘긴 새해가 시작되는 순간. 죽음이 중지되어 버렸다. 더이상은 살 수 없는 사람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들. 죽어야 마땅할.죽음을 앞에둔 사람들의 죽음이 정지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고통도 없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고통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단지 죽음만 사라져버렸다. 죽음이 사라진다면 어떤 사건이 발생할까? 어떤 사람들은 삶이 영원해졌다고 환희에 차 집에 국기를 달아놓는 사람도 있었지만(그 나라만 죽음이 사라졌음) 그환희로 나라는 고통에 휩싸였다.
우선 죽음을 치르는 장의사들이 나라에 소송을 걸었다. 자신들의 직업적인 돈벌이가 없어질 판이었으니. 여기에 나라는 동물들의 장의로 대체 했고, 병원들은 환자들로 넘쳐났다. 보험회사는 더이상 쓸모없게 되버린다. 이런 혼란이 7개월동안 계속된 와중에 방송사 사장에게 자주색 한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죽음이라는 여자의 필체와 서명으로 된 편지가-
달동안 중지되었던 죽음이 자정이 지나면 다시 시작될꺼라고- 그동안 죽지 못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게 될것이고 앞으로 죽게 될 사람들에겐 일주일 전에 죽음을 알리는 자주색 편지가 도착할것이라고- 나라는 다시 혼란에 휩싸인다. 그 편지는 현실화되었다.
죽음이 중지된 나라.. 그리고 다시 죽음이 시작된 나라. 책에서 이 죽음이 중지된다는 것이 끝까지 갈거라 생각했는데, 중간부분에서 생각지도 못한 죽음의 편지의 등장으로 죽음이 다시 시작될꺼라는 내용은 정말 놀라웠다! 약간 아쉬웠던 점은 결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주제 사라마구의 책은 놀랍다. 서평을 쓰기에 앞서 책이 시작할때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로 시작된다고 했다. 하지만 책이 마무리 될때, 마지막 단락도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로 끝을 맺는다.
죽음이 중지된다면.. 생각만 해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혼란스럽다. 당신은 죽음이 중지된다면 환희에 가득찰 것인가? 고통에 휩싸일 것인가?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일어날 것이다.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살아서 그것을 다 보지 못한다면, 우리가 오래 살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다. (p.108)
말이란 움직이는 것이거든요.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죠. 그림자처럼 불안정해요. 말 자체가 그림자죠.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거예요. 비누 거품이예요. 안에 들어가면 간신히 소곤거리는 소리나 들을 수 있는 껍질이죠. 그저 나무 그루터기에 불과해요. (p.150)
우리가 몇 페이지 앞에서 말했던 그 죽음은 배타적으로 인류에게 묶여 있다. 우리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얼마나 집요한지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은 사람들조차 늘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녀의 눈길을 느끼지 않는가.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