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로부터 소리를 선물받고 싶었던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

파블로 네루다의 100주년 기념을 출간하여 나온 책이다. 원작의 제목은 원래 '불타는 인내'(파블로 네루다의 노벨문학상 수상식때 언급했던 문구중의 하나) 였지만 다시 수정해 재출간한 것이 이 제목이다.  파블로 네루다의 정치적 성격때문에 그를 무겁고 딱딱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물론 그렇게 느꼈었고. 하지만 실제로 그는 무척이나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람이라고 한다. 책에서의  파블로 네루다 또한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결론먼저 말하면.. 이 책 너무 좋았다!!!!!  '일 포스티노'의 영화를 본적 없는데,어떨까 무지 궁금해 진다..

바닷가 마을- 마리오란 남자가 있었다. 거의 모든 집들이 고기잡이를 업으로 삼고 있는 마을. 어부인 아버지의 고기잡이 준비를 도와드리고 아버지의 밥을 준비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생활인 마리오. 그런 마리오에게 아버지는 "일자리를 구해"라고 말한다. 거의 매일-
그러던 어느 날. 마리오는 우체국 창에 붙여져 있는 구인광고를 발견하게 되는데.. 수신인이 오직 한사람뿐인 그를 위한 우체부가 된다.

우체부로 취직을 하게 된 마리오의 일이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파블로 네루다 시인에게 편지를 전하는 일- 오직 그 한사람 뿐이었다. 하지만 그 편지의 양은 엄청났으니..(전에 일하던 사람은 낙타처럼 곱추가 되어 퇴직했다고 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오가 행복해 했던 것은 그를 찬미해 마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리오는 생각했다. '편지를 전해주면서 슬쩍 그의 시집을 보이며 헌사를 부탁하는 거야. 그럼 이렇게 적어주겠지? <나의 둘도 없는 벗 마리오 히메네스에게. 파블로 네루다> ' 라고...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네루다 부터 얻어낸 헌사는 '파블로 네루다 드림' 이라는 문장이었다..ㅋ

하지만 매일 편지를 네루다에게 전해주게 된 마리오는 그와 친분을 쌓게 되었다. 시의 메타포를 마리오에게 가르쳐 주고. 마리오가 첫눈에 반한 아가씨를 파블로 네루다가 이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마리오 부부에게 생긴 아이의 대부가 되기까지 한다.

시인은 대통령 후보로 오르게 되고, 주프랑스 대사가 되게 된다. 이슬라 네그라의 집을 떠나게 되면서 파블로 네루다는 프랑스에서 한통의 편지를 마리오에게 보낸다. 라디오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서 함께-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너무도 그리워 마지 않는 자신의 집 소리와 그곳 풍경소리들을 라디오에 담아 보내줄 수 있겠느냐고 정중히 부탁한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여기였다.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보내는 7가지 소리를 담은 장면-
첫째. 이슬라 네그라(파블로 네루다의 집)종루의 바람 소리.
둘째. 이슬라 네그라 종루의 큰 종을 울리는 소리
셋째. 이슬라 네그라 바윗가의 파도 소리
넷째. 갈매기 울음소리( 이속에 "염병할, 울란 말이야."라는 마리오의 목소리도 살짝 들린다..^^)
다섯째. 벌집( 배경음으로 개짓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여섯째. 파도가 물러가는 소리
일곱째. 마리오의 아이소리. (십분쯤 지속된다.)

마무리는 조금 어둡다.. 파블로 네루다는 병으로 죽게 되고, 그의 집 이슬라 네그라는 철거되고 물에 잠긴다. 파블로 네루다와 마리오의 마지막 만남은 마리오가 그의 집 주위로 서 있는 경비병들 몰래, 그의 전보를 모두 외운채. 숨어들어 그에게 전보를 외워준다. 그리고 네루다를 일으켜 창 밖의 파도를 보여준다.. 끝.

이번달 내게 가장 좋은 느낌의 책일것 같다. 마리오의 7가지 소리를 나도 들어봤으면... 몰입될것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계속 읽었던 책이다. 그리고 성에 대한 유쾌한 해학을 가지고 있었고. 감동이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