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1월달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빛나는 책이 될 것 같다.아니.. 어쩌면 2009년 안에 읽은 책 중에서.. 가 될지도 모르겠다.처음에는 책 표지의 어두움과 첫 표지의 글속에서 이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딱딱하고 무언가 엄습할것 같은 느낌인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내가 표지에서 느낀 기분을 지금 이 <나스타샤> 라는 책을 다 읽은 지금에서도 느끼기는 하지만 처음 느낀 그 기분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가장 소중히 여기고 싶은 책 중의 하나일 정도로..

캐나다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조지는(그의 한국이름은 나와있지 않다) 철저히 혼자 살고 있다. 그의 곁에는 같은 교수 친구인 그렉과 그의 아내 베시. 그리고 웰드릭(그가 살고 있는 도시) 마을 사람들이 있다. 미국에서 교수로 있다가 캐나다로 온 첫날 그는 멜리사라는 한 여성의 방문을 받는다. 그녀가 가지고 온 커다란 상자와 함께. 그곳에는 웰드릭 사람들이 준비한 무료쿠폰들이 하나씩 들어 있었다. 그리고 멜리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미소만 지었다.그 따뜻함에 생전 처음 조지는 그녀의 어깨위에서 눈물을 떨구게 된다. 캐나다는 호수가 많은 곳이라 그곳 사람들은 낚시를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었고. 조지와 그렉도 낚시 광이었다.

이 책은 꼭 외국소설이다. 읽다 보면 외국인들. 캐나다라는 나라의 일상에 대해서 적어놓은 외국소설같이 느껴지면서 읽다가(심지어는 조지도 한국인인줄 느끼지 못하다가) 조지가 렉스와 베시를 골탕먹이려고 한국음식 청국장을 해주게 되는데 그들은 오히려 맛있고 몸에 좋다며 조지에게 더 자주 해달라고 보채게 된다. 그 글에서 조지가 한국인이며 이 책이 한국작가의 책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버린다.

어느날. 조지는 호수에 가다가 들르는 커피숍에서 맨날 보던 사람이 아닌 낯선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나스타샤'책 제목인 그녀이다. 그녀는 러시아 여자로 많은 고통과 슬픔을 가진 여자였다. 아름다웠던 멜리사(캐나다의 첫 방문녀)의 고백도 거절한 그가 이 서른두살의 '나스타샤'에게 반하게 된다.그녀의 슬픔과 고독과 아픔을 사랑하게 된다. 그녀는 러시아에 정치 운동을 했던 남편과 아들을 둔 이민자였다. 나스타샤와 2년을 함께 보내면서 영어를 가르치고 학교를 다니게 하고 그녀의 직업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가 있고 남편이 있는 사람이었다.

조지는 그녀에게 아들과 남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결국에는 그녀의 남편과(신경증세가 있는) 아들이 캐나라로 오게 된다. 그것은 자신과 나스타샤와의 헤어짐을 말하는 것이었지만 조지는 그녀의 행복을 바랬다. 하지만 나스타샤도 조지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게 된다.어느 날 자신의 교수방으로 한 남자아이가 찾아온다. 그 아이는 첫눈에 나스타샤의 아이였다. "엄마가 9월달쯤에 교수님을 찾아뵈라고 말씀하셨어요." 라는 아이의 말에 조지는 기뻐했다.아이의 입학허가서를 위해서였다. 모든것이 끝나고 조지는 아이에게 말한다 " 엄마에게 가서 모든것이 잘되었다고 전해라.." 하지만 아이는 조지에게 엄마는 죽었다고 말한다. 조지와 나스타샤 둘이 함께 자주 갔던 그 호수에서 자살했다고 한다..

이 책은 단지 한 남자의 한 여자에 대한 비극적인 사랑만을 말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철학과 예술에 대한 그의 의견과 때로는 외로움과 고독함에 절실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마 책을 읽지 않으면 내가 쓴 이 이야기들이 와닿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긴 이야기였다.. 그리고..뼈가 시린 최고의 책이기도 하다..

나이 든 사람들의 편안함은 포기와 낙담의 대가이다. 생명의 설렘을 모두 포기한 채로,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어떤 궁극적인 지향점도 없다는 근본적 절망에서 나오는 편안함. 그러나 젊음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에 그들의 설렘을 건다. 부유하고 망설이고 떨고 고뇌한다. 어느 쪽이 행복일까.(p.20)

 

돌이키면 삶은 모두 단순하다. 삶이 풍부해지는 것은 그것에 대한 우리의 느낌과 추억에 의해서이다.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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