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덕어미 자서전
백금남 지음 / 문학의문학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전에 내용이 상당히 궁금했던 책이었다.
<뺑덕어미 자서전> 이라는 책의 제목만 봐서는 소설일것도 같지만 어떤 교훈적인것을 말할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들었고. 뺑덕어미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기도 했었던. 아리송한 책이었다.
그리고 뺑덕어미가 누구였더라.. 생각이 날듯 말듯. 책을 읽기 전까지 생각나지 않았는데.. 그 뺑덕어미는 그래. 춘향전에 나왔던 심봉사와 함께 산 뺑덕어미였지. 처음에는 불쌍한 심봉사 가족을 위해 도움을 주는 척 보였지만.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팔려가자 뺑덕어미에게 심봉사는 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녀는 거절하고 허봉사에게로 간 인물. 기회주의적인 그녀. 그것이 뺑덕어미였다.

하지만 나의 예감을 벗어나 이 책은 소리꾼에 대한 소설이었다.
열아홉 살 주인공 찬희는 대대손손 어머니쪽과 아버지 쪽 둘다 유명한 명인들을 배출한 집안이었다. 하지만 찬희는 아기때부터 말을 하지 못하다가.. 할아버지댁에서 잠시 생활하면서 말을 트게 되었다. 그때부터 소리를 할아버지부터 배우고 아버지에게 이끌려 매월선생에게서 가르침을 받게 된다. 그때부터 국악신동이라며 소문이 자자하게 나기 시작했는데..

어머니쪽의 명인 날치와 아버지쪽의 명인 조막손 할배의 유명한 이야기를 항상 들으면서 자라게 된다. 어머니는 명창이었지만 목에 이상이 있어 노래는 더이상 못해 술로 매일 살고 아버지는 주색과 술을 일삼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찬희는 소리라는게 진정 무엇인지. 꼭 뺑덕어미와 같은 세상을 벗어나고 싶어했다.결국엔 친구들과 조막손 할배의 무덤을 파헤쳐 가야금을 꺼내오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살해하게 된다. 그리고 찬희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경찰서에 거짓 고백을 하지만 들여먹히지 않고..그 오래전에 있었던 이야기처럼 조막손 할배의 가야금을 뜯으며 죽게 된다.

사투리가 정말 많이 나오는 부분이 있었는데, 서울사람들은 아마도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를것 같았다. ^^; 하지만 투박하고 억센 그 사투리가 얼마나 정스럽게 들렸던지.. 소설은 너무 축 쳐져있고 우리의 소리가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 왔는지 잘 느낄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이런 소설에 '뺑덕어미 자서전'이라는 제목이라니.얼마나 발칙한 제목인가? *^^*

우리소리에 대한 슬픔이 담겨 있는 소설이었다. 비극적인..

꽃이 피면 벌 나비가 모여들고 바람이 불면 새들이 화답한다. 우리의 소리가 있으면서도 그것이 전승발전 되어온 돌이킬 수 없는 민중의 것이라 할지라도 구태의연한 도식적 사고의 틀에 묶여 있다면 점차로 그 틀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소리가 아무리 훌륭해도 홑소리 외청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뿐이었다. 소리의 안팎이 나오려면 아직도 우리의 소리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미 소리는 끝났지만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바가지는 뒤꼍에서 딴 박 속을 박박 긁어 말려 썼고 대소쿠리가 아니면 못 쓰게 했고 가마솥이 아니면 밥이나 국을 끓이지 못하게 했고 마당을 쓰는 비도 꼭 싸리비를 쓰게 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에게는 세상이 바뀌어도 우리 것이 있다는 것이다. 물색 고운 한복에 백구두가 웬 말이며 뾰족구두가 웬 말이냐는 것이다. 흥부타령을 하면서 플라스틱 바가지를 어떻게 쓰며 그것을 어떻게 들고 다니느냐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규범이 있고 모양새가 있는 법. 소리꾼은 소리꾼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