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탄생 - 퇴계 이황부터 추사 김정희까지
김권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11월달에 친구와 함께 대구박물관에 가 본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우리나라의 옛 사진을 담은 전시회와 유물.유적들. 그리고 조선시대 한 직계가족들 사이에서 오고간 편지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었다.선비인 남편과 아내사이에서 오고간 편지들. 직접 그 편지를 전시해 놓았는데.. 편지 하나하나에 해설이 옆에 붙어 있었다.(그렇다고 원본을 읽으면 이해가 안가는것은 아니다.) 정말 신기해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멀리 있는 남편이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아내에게 무엇을 먹으면 태아에게 좋다는 말들과.. 시아버지를 잘 보살피라는 정성어린 글들은 가슴이 따뜻하기에 충분했다.

<선비의 탄생>을 한마디로 쓰라면.. 따뜻했다..
내가 대구박물관에서 보았던 그 편지들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이 책에서도 그와 같이 수많은 편지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편지들이 등장한다. 인물은 총 9명으로..
퇴계 이황.남명 조식. 율곡 이이. 송강 정철. 난설헌 허초희. 교산 허균.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이렇게 9명의 선비들에 대한 아주 자세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총 479페이지의 두툼한 책으로 한명 한명 그들에 대한 생활과 활약상 그리고 그들이 친구.지인들과 함께 주고받은 편지들. 아내에게 보낸 편지. 아들.딸에게 보낸 편지가 엄청 많이 나와 있다. 읽는 즐거움을 느낄수 있는 책이다.

이들 9명이 있기까지는 가족의 배려와 아낌없는 후원이 있었으며, 주변인들의 뜨거운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치열했던 자기 자신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들이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예전 선비들.. 우리네 선비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 묘옆에서 몇년씩(2~3년은 기본이다) 고생스레 사는 것은 기본이었다.현재의 우리들이 부모님을 대하는 것들을 생각하고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그네들은 모두 더이상 생각할 수 없는 효자들이었다. 그리고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퇴계 이황.남명 조식. 율곡 이이. 송강 정철. 난설헌 허초희. 교산 허균.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이 책을 읽어보면.. 이들 9명의 선비들에 대한 아주 따뜻한 감정을 느낄수 있게 될것이고. 그들의 삶에 깊숙히 들어가 있음을 알게 될것이다.. 좋은 책이었다.. 최고...

 

율곡의 부음이 전해졌을 때 우계는 율곡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꺼내들고 피울음을 토해내었다. 그 중 일부분만을 옮겨 온다. 아, 나는 실로 어리석고 혼몽하며 고질병까지 겹쳤습니다. 처음 형을 만나 다소 도(道)를 듣고는 스승으로 섬기려고까지 하였으니, 그렇다면 형에게서 얻은 것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근래에 늙어가면서 정의(情義)에 있어 서로 신뢰하여 더욱 깊어지고 학문이나 기술을 강론하고 연마함에 있어 서로 도움이 되어 더욱 절실해졌으니, 만약 형이 없었다면 내가 자립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 율곡 이이 중에서..


술을 좋아했던 송강의 모습을 꼭 빼닮은 건 셋째 아들 진명(振溟)이었다. 송강집에는 진명에게 보낸 편지가 여럿 실려 있는데, 아들이 술을 가까이 해서 건강하지 못한 것을 걱정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 때문에 속 끓이는 게 아버지의 숙명인 모양이다. 네 어머니의 기후(氣候)는 어떠하고 네 아내도 이미 분만을 하였느냐? 극히 염려이다. 네 큰형은 초장(初場)에 들어가 과거에 급제하였다. 한 번 해보는 것도 관계는 없지만 병중의 출입으로 깊이 다행한 일이다. 다만 그 후 소식은 어떨는지 모르겠다. - 송강 정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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