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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레이철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알링턴파크라는 미국의 한 지역에서 살고 있는 5명의 주부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들 사이에서 특별한 사건이 생긴것은 아니다.단지 위기의 주부라는 이름하에 중년여성들의 상실을 보여준다-
특별한 느낌을 주는 표지와 가로로 써 있는 제목- 알링턴파크 그곳에서 다섯명의 주부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을 먼저 말해보고 싶다. 상실감이 많이 느껴진 책이라 그런지 몰입하기가 좀 어려웠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이 5명의 주부들을 확실히 구분해내기가 어려웠고, 읽다가 자꾸만 딴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곳곳에 퍼져있는 우울함과 어두움-
알링턴파크는 안정된 수입을 가져다주는 중산층 이상의 집들이 살고 있다. 남편들은 빵빵한 직장에 다니고 학교를 다니거나 막 걷기 시작한 아이들이 있고 여성들은 집안일을 하고. 쇼핑을 하며 살아간다. 소설의 처음은 비가 내리고 있는것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우울함을 절정시킨다.
살기 좋은 알링턴파크에서 이 5명의 30대 주부들에게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우울증 비슷한 증세를 겪고 있는 것- 심지어 일하고 있는 줄리엣조차도 자신의 큰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한 가정의 주부로. 또 아이들의 엄마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삶때문에 알링턴파크는 단순히 꿈을 잃어버린 지역일 뿐이다.
주부들의 힘겨움은 잘 알고 있다. 아니.. 어쩌면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를지도.. 하지만. 이 책은 상실감을 너무도 깊숙히 표현한 책이 아닐까.. 현대를 살아가는 주부의 이야기. 삶에 대한 의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책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우울해졌고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기가 힘이 들었다.그녀들의 단 하루가 소설의 내용이다. 주부들의 잠재되어 있는 분노와 불안. 임신과 출산. 밝음만 빼고는 다 들어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 너무 어두운 부분을 담아놓은 책이라 좀 부담감이 드는 책이었다. 집중하기도 어려웠고-
모든것이 충족되어 있는 그녀들에게 주부들만이 느낄수 있는 소외감을 책을 통해 느낄수 있었고. 약간은 그녀들의 그런 우울증이 배가 부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던것도 사실이다. 요즘 경제적으로 또 부부간의 관계도 좋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알링턴파크의 그녀들은 너무 깊은 우울함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알링턴파크로 차를 몰로 돌아오는 동안 크리스틴은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저마다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그들만의 걱정거리 때문일 것이다. 모두들 예민한 어떤 부분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고, 그 부분을 건드리면 흥분하게 마련이다. 그것도 단지 삶의 한 부분에 불과했다.
"뭔가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야." 줄리엣이 말했다.
"그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닫게 될 때가 있단다. 기다리는 동안 뭘 기다리는지도 정확히 모르지. 그냥 다음 단계를 기다리는 거야. 그런데 결국 끝에 가서는 그 다음 단계라는 게 아예 없다는 걸 깨닫는 거지. 지금 있는 게 전부라는 걸."
솔리는 자신의 삶이 그런 빛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평일 오전을 아이와 함께 집에서 보내는 삶. 회색빛 바다처럼 그녀 주변에 펼쳐진 시간은,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몸도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몸도 회색빛 바다의 일부였고, 그 위로 그녀 영혼의 끄트러기가 이리저리 뒤척이며 떠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