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살아라 - 신정일이 쓴 조선의 진보주의자들
신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똑바로 살아라" 책의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언뜻 아무 생각없이 우리가 자주 들어온 말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짧은 두 마디 말이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혼자서 가만히 읊어 보았다. "똑바로 살아라."처음에는 '뭐, 내가 똑바로 살지 못한게 있나? 정직하고 법대로 살아왔는걸!' 라는 자만심에 차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나는 12명의 선조들 앞에서 고개가 숙연해지고 만다.

저자이신 신정일 씨는 가난으로 인해 초등학교만을 졸업하셨고,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으며, 힘겨운 노동을 하고, 하루 16시간씩 2만권이 넘는 책들을 읽으셨다고 한다. 열심히 책을 읽는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나의 독서는 그분의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했던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정일작가는 역사에 관한 다수의 책들을 쓰셨으며, 우리 땅 지킴이로 널리 알려진 분이시라 하신다. 책은 너무도 재밌게 읽었는데,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진보주의자 12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죽음이 있어도 영웅의 뜻은 남으리" - 정도전
"사약이 떨어졌으니 더 가져오게" - 조광조
" 천하는 공물이니 어찌 주인이 있겠는가?" - 정여립
" 내 시체를 저자거리에 던져 두어라." - 황진이
"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다." - 허균
" 사대부가 없는 곳에서 살고자 한다." - 아중환
" 그대가 사마천의 마음을 아는가?" - 박지원
" 나의 책들을 횃불로 태워도 좋다." - 정약용
" 맑은 물 한 그릇을 갖다 다오." - 최제우
" 새로운 남조선을 열어젖히리라." - 김개남
" 내 뜻은 양반을 없애는 데 있나이다." - 김옥균
" 여성이 개벽의 주인이 되리니." - 강일순

이렇게 12명의 진보주의자를 담았다- 이 분들은 우리가 중학교.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다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역사의 곳곳에 스며있는 분들. 하지만 책의 내용은 한분 한분 그들의 사건사고와 얽혀 너무도 재밌게 풀어나가고 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그분들의 숨겨진 이야기들도 들어볼수 있었다. 조선시대의 진보주의자이신 분들. 수많은 부정부패들로 가득찬 나라를 위해 진보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할수 밖에 없었던 사유. 등 조선시대의 통념과 편견에 저항하신 그들의 정신이 잘 표현된 책이다. 그들의 진보주의는 모두 실패했지만 그들의 실패가 있었기에 우리가 있는것이고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는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똑바로 살아라." 불경기다..취업난이다 뭐다 해서 살기 힘든 요즘 세상에서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자기 주관을 가지고 곧고 올바르게 살아가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내가 읽은 12분들에 대해서도.. 권하고 싶은 몇권의 책들중에 이 책을 포함시키고 싶다..

존재하는 만물은 오고 또 와도 다 오지 못하고, 다 왔는가 하면 또 온다. 오고 또 오는 것은 시작이 없는 것에서부터 오는 것인데, 그대에게 묻노니 처음에 어디서부터 오는가? 존재하는 만물은 돌아가고 또 돌아가도 다 돌아가지 못하며, 다 돌아갔는가 하고 보면 아직 다 돌아가지 않았다. 돌아가고 또 돌아가고 계속해도 돌아감은 끝나지 않는 것이다. 그대에게 묻노니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조선 역사상 가장 불행했던 아웃 사이더는 누구였을까? 어쩌면 정약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사랑했던 형제들이나 그와 함께 공부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뜬후였는데도 정약용의 적들은 그에게 칼을 거두지 않았다. 그 세월이 18년간의 유배 생활과 집으로 돌아와 산 18년을 합쳐 36년이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시련과 절망이 정약용을 대학자로 만든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정약용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의 생애는 불운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불행 때문에 우리 민족에게 길이 남겨질 학문이 완성됐다. 개인의 불행이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도 하고 행복하게도 하는 것. 그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참으로 어렵고도 복잡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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