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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
알렉산드르 R. 루리야 지음, 한미선 옮김 / 도솔 / 2008년 7월
평점 :
책의 제목만 접했을 때는 일반 소설인 줄로만 알았고, 책을 만나고, 표지와 형태를 보았을 때는 고전 소설인 줄로 생각했었는데.읽고 나니 이 책은 인문과 심리 이론. 그리고 한 남자의 이야기를 두루 담은 책이다.
저자인 루리야씨는 러시아의 신경심리학자로 이 책과 반대의 스토리로 짜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라는 책과 이 책을 펴냈다.현재는 고인이 되어버렸지만 그의 책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이 책은 루리야 씨가 아닌 그가 담당했던 환자 중 육군 병원에서 전투 중 부상으로 입은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 남자는 자세츠키 씨로, 2차 세계대전 시 참전했던 군인이다. 뇌에 총알을 맞아 자신의 기억을 잊어버린... 그것으로 자신의 인생 모든것을 바꾸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자세츠키 씨는 뇌를 다친 이후 책을 읽지도, 어디를 가지도. 왼쪽 오른쪽을 인식하지도, 글을 쓰지도 못하게 되었다.사물을 볼때 그게 무엇인지 친숙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사람들과의 대화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문자를 다시 배우고 숫자를 배웠다. 그리고 26년간 그의 증상과 생활을 써 내려갔다.
일기라고 해야 될 것이다. 그가 26년간 써내려간 종이는 3천장이나 되었지만, 그의 증상으로 하루에 반 페이지도 쓰기 힘겨웠다고 한다. 그가 써내려간 일기에는 그가 총을 맞게 된 그 사건으로부터 시작해서 그의 끊임없는 뇌에 대한 노력과 그 인고의 날들이었다..
자세츠키 그의 일기와 루리야 씨의 증상에 대한 그의 생각과 옆에서 지켜본 자세츠키씨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인간에게 있어 기억이란 어떤 것일까.. 기억이 없다면 나 자신이 없을것만 같다. 기억과 기억이 모여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기억이란것이 없고 금방 금방 잊어버린다면 삶이란 진정 삶이 아닐것이다..
조금은 색다른 책을 읽어본 듯 해서 나름 괜찮은 기분이 든 책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다시 기억하고 말하는 법을 배우고, 부상을 당하기 전에 알고 있던 기억을 활용하는 일이다. 기억 상실이라는 끔찍한 것이 때때로 발목을 잡았지만, 인생을 다시 설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가망 없는 인간으로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꿈의 조각조각을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으며, 조금씩이나마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