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박경리 작가 님의 유고시인이다. 폐암으로 힘든 투병생활에도 펜을 놓지 않으셨던 박경리 작가님..완고한 모습으로, 펜을 잡으며 글을 쓰셨던 책 뒷편 사진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어른거린다..처음으로 박경리 님의 작가를 책으로 접했던것은 중학생때 <토지>였다. 26년동안 쓴 <토지>는 정말 한번 읽어봐야만 할 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김약국의 딸들> 그리도 다시 만난 이 책.

박경리 작가님의 마지막 책이다. 시집인데, 박경리 작가님의 그동안의 세월을 잔잔하게 펼쳐 놓은것만 같은 시집이다. 마지막 순간에 쓰신 글들은 어떤 기분으로 쓰셨던 것일까...
마지막이라 슬프셨을 듯한데, 그런 기분은 전혀 느껴지지가 않고 잔잔하기만 하다..어려운 시가 아닌 일상의 시들로 엮어 놓았다.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할머니,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시를 통해서..

첫딸로 태어난 박경리 님은 맏이노력을 톡톡히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뒷편에는 박경리 작가의 유년시절 사진과 처녀적 사진. 그리고 마지막에 혼자서 사셨던 집 사진과 텃밭을 일구는 사진이 함께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박경리 작가는 한편의 글을 쓰기 위해 몇십장. 몇백장의 파지를 버린다고 하신다. 그러하건데, 그 장편 토지는 얼마나 오랜 심혈을 기울여 써오신 글들이실까..
하지만 마지막에 쓰셨던 39편의 시들은 막힘없이 쓰셨다고 하신다.

그리 두껍지 않은 얇은 유고 시집이어서, 금방 훓어볼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짧은 한권이 박경리 작가님의 마지막을 충분히 들여다 볼수 있었던, 그 분의 인생을 잘 느낄수 있었던 시집이었다.

언젠가 <토지>를 한번 더 읽어볼 계기가 생기기를..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옛날의 그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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