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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노엘 샤틀레 지음, 정미애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이제서야 마지막 장을 넘겼다.. ^^
<마지막 수업> 167페이지의 얇은 책이었는데, 담겨있는 내용만은 색다른 내용인것 같다. 엄마가 딸에게 "10월 17일로 정했단다." 라고 자신의 자살날짜를 알려주고, 되새기게 해주면서 죽음을 가르쳐 주는 눈물겨운 마지막 애도 수업..
어느 인디언 부족은 죽을 때가 다가오면 첫눈이 내리는 날,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죽음을 맞이한다고 책에서 나와있다.
그 이야기가 왜 그렇게 슬프게 다가왔던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수도 없을것 같은 이야기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부모의 마음은 그렇다치고. 그 자식은 슬프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도 내내 엄마가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가르쳐주고, 딸은 그것에 슬프도록 상처를 되새기게 되는데.. 엄마의 죽음에 덜 상처입히기 위한 엄마의 수업이라고는 하지만, 딸의 마음이 내내 걸렸다...
하지만 인상깊었던 점은.. 엄마의 죽음을 딸에게 가르쳐 주기 위한 그 과정이 아니었던가 싶다. 특히나 기억에 남았던 구절은, 엄마의 자살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날, 엄마와 딸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엄마가 딸에게 말한다.
자신의 자살일날 입을 잠옷으로 이것이 어떻겠냐고.. 너무 낡지는 않았냐고. 이 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너무 낡았다고 생각할까? 좀 이상하겠지? 어때 보일 것 같니? 라고 딸에게 묻었을때는 정말 기분이 약간 이상하면서도, 야릇했다.
자신의 자살일에 입을 잠옷을 두고, 딸과 나누는 대화..
이 책은 왠지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것 같다....
자유로운 여자였던 엄마에게 독립은 삶의 첫 번째 원칙이었고, 존재 이유였죠. 엄마는 나이로 인한 속박을 견딜수 없다면서, 만일 이 속박들이 엄마 외의 다른 이들에게 방해가 된다면 엄마의 존재 자체를 박탈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지요.
"이해하니? 절대 너희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구나..."
"엄마, 왜 짐을 정리했어요? 엄마를 위해선가요? 아니면 우리를 위해선가요? "
"둘 다지."
"아무 준비 없이 갑자기 죽게 되면..."
"그게 훨씬 좋겠지... 하지만 이렇게 정리하면서 생각한단다."
"뭘 말이죠?"
"모든 걸."
모든걸... 좋았던 일과 그렇지 못했던 모든 일을. 엄마는 그렇게 아흔두 해의 삶을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들여다보고, 기쁨과 고통의 순간들을 더듬어볼 수 있었던 거예요.
내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죽음을 더 잘 다독일 줄 아는 것 같아요. 안 그런가요?"
"그래, 네 말이 옳아, 여자는 자신의 몸을 통해 죽음을 살아내기 때문이란다. 남자는 경험할 수 없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