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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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이후로 나온 윤혜정 님의 첫 번째 예술 에세이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을 통해서 예술가들의 면면을 끌어내 보여주는 저자의 인터뷰 질문들과 자세에 나름의 깊은 인상을 받았던 나는 저자의 예술 에세이가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은, 🔖이전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 예술적 순간들을 저자의 일상에 직접 적용시키면서 '삶은 곧 예술이다.'라는 문장이 이 책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28명의 예술가와 28점의 작품들은 🔖작가의 일상에 조우해 생겨난 예기치 못한 화학작용, 작가가 마침 어떤 상태였기에 가능했던 뜻하지 않은 인연에 가까운 (14p) 것들이다.

감정, 관계, 일, 여성, 일상, 이렇게 총 5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예술가와 예술작품이 그녀의 삶과 생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확장시켰는지를 이야기한다.

어떤 작품을 보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저자는 작품 앞에서 마음의 치유가 일어나고 어떤 깨달음이 있을 때면 🔖단 하나의 종교를 선택하지 못한 이유가 예술을 곁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49p) 말한다. 예술작품은 결국 자기 자신의 감정에 더 집중하고 충실하게 해준다. 예술작품을 통해 마음엔 다양한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예술은 또한 우리의 시선이 미처 닿지 않는 곳을 보게 하며, 자신을 바라보게도 한다. 예술작품은 마치 한 권의 철학 책을 읽는 것처럼 관객을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다녔던 전시회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찾아보게 된다. 어렵고 학구적인 이론이나 전문적인 지식 없이 인간 대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으로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작품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진다. 삶이 곧 예술이 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닌 것만 같은 생각이 조금씩 든다.

🔖결국 인간으로서 온전히 '예술을 사랑한다'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충만함과 상실감, 신비로움과 두려움,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느낌, 자신의 안에서 첨예하게 맞서는 두 감정 사이의 혼란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작가든, 관람객이든 예술 앞에 선 모든 인간은 갸륵하다. (49p)

🔖언제부터 내게 미술은 세상을 관찰하는 방식이자 관계를 고찰하는 통로이며, 사유를 경험하는 방도가 되었다. (107p)

🔖미술에서 반드시 무언가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작품을 함께 보면서 불안정성을 느끼는 게 비폭력적이고 내향적인 공존의 길이라고, 이 세상에서 함께 존재함을 경험해 보라고, 관심을 자기 내면으로 돌려 보라고 다독이는 것이다. (113p)

🔖"미술은 복원이다. 그 목적이란 삶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 개인의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파편화된 대상을 완전히 무엇으로 만드는 일이다."(277p)

#인생예술 #윤혜정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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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
고봉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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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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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6개월간 시인들과 문학평론가들이 26개의 주제로 김수영 시인과 시를 다룬 글들을 묶은 책이다.

김수영 시인하면 '풀'이라는 시와 참여 시인, 저항 시인을 떠올렸는데 책을 읽고 나면 시인의 지극히 일면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것도 막연하게, 알게 된다.

26개의 주제는 다섯 시기로 나누어 시대순으로 다뤄졌으며, 김수영 시인의 가족사에서부터 마지막 사고사로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그의 시에 대한 고민과 성찰 역사를 다뤘다. 그의 시를 관통하는 설움(🔖생활과의 거리두기, 그로부터 야기되는 설움은 자신에 대한 긍지로 가득찬 자가 취하는 자발적 소외, 66p)과 사랑의 기원, 죽음, 니체 철학과 닮은 듯 다른 그의 글, 여성 혐오를 불러 일으키는 시들(🔖여전히 1960, 80년대에 멎어 있는 젠더 감수성, 그게 왜 문제인지도 깨닫지 못하는 낡은 인식 등이 훨씬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김수영의 시가 그런 우리의 모습을 자꾸 돌아보고 환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276p) 과, 김수영이 말하는 '참여'시의 의미 등, 주제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책 중간에 사진으로 등장하는 김수영 시인의 친필 원고들은 시인의 세계에 한 발 더 들어선 기분이다.

시는 어렵다. 김수영 시인의 시도 그렇다. 그러나, 시인이 속한 시대적 배경, 가족사, 그 시대의 문예사조 등, 시의 창작 배경이 될 만한 것들을 이해하고 시를 읽으며 시를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김수영 시인과 시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더없이 좋은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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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고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거대한 뿌리], 1964)

🔖시인에게 생활의 안정이란 글쓰기의 최소 조건인 동시에 정신의 치열성을 약화하는 가장 강력한 적이 되기도 한다. (109p)

🔖그가 내세운 '전통'과 '뿌리'는 민족주의가 아니었다. 그것은 제국주의에 대한 부정이었다. (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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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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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놀음에 환장하면 애미, 애비도 못 알아본다."라는 말이 있다. 전당포에 자식을 맡기고 돈을 빌릴 정도로 도박에 미치면 이미 인생은 막장이다.

호기롭게 일확천금을 꿈꾸며 랜드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다. 신기루 같기만 한 꿈은 그들의 현실을 갉아먹고, 랜드 밖으로의 탈출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 안에서 무책임하게 태어나고 버려진 카지노 베이비. 카지노 베이비 하늘이는 베일에 싸인 자신의 과거에 막연하게 의문을 품은 채, 지음 전당포 동여사와 그녀의 딸 정희의 아들로서 지음에서 살아간다.

카지노 베이비는 지음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지음은 읍내가 있는 이스트지저스와 랜드와 카지노가 있는 웨스트부다스가 있고 두 지역 사이에는 모텔과 펜션이 많은 슬립시티가 있다.

지음은 탄광촌으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여들고 장사꾼들은 활개를 치던 시절, 그러나 정작 탄광 노동자들의 손에는 푼돈에 가까운 돈이 쥐어지고 그들을 쥐어짜 돈을 버는 임자들은 따로 있었다. 탄광산업이 하향길에 이르자, 돈에 눈이 밝은 이들은 탄광터에 카지노를 짓는다. 탄광 노동자들의 목숨 값으로 지어진 랜드는 카지노 거지들의 목숨 값이 더해져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추락하고 있다.

시대적 상황에 맞춰가며 돈벌이에 능했던 동여사는 악착같이 돈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지음의 흥망성쇠의 과정을 지켜보며 무차별적인 개발과 돈 때문에 인간 사회의 근본이 되는 가족단위가 어떻게 해체되는지, 한 지역 사회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두 눈으로 목격한다. 결국, 그녀는 돈이라는 것에 끌려다니고 속게 되면 안 된다는 것을, 땅은 탐욕의 대지가 아닌 집을 짓고 길을 내고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야 하는 곳임을 유언으로 남긴다. 무너져가는 지음이라는 곳에 희망이라는 불씨를 다시 일으키라고. 동여사의 유산이 지음 도서관을 짓는데 쓰인 것은 지음의 미래를 위한 것일 테고 (', 12p), 알박기한 땅은 지음이 더 이상 난개발 되길 바라지 않는 희망의 불씨를 던져 놓은 것이다. 하늘이와 엄마, 삼촌이 그 불씨를 잘 키워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카지노베이비 🎰 #강성봉
#한겨레출판 #27회한겨레문학상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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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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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자본주의는 사회 전반에 통제의 체계를 형성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저항과 투쟁에 대한 목소리들이 커져 왔다.

이런 목소리들을 한데 모으고 확장시키는데 예술은 큰 역할을 한다. 이 책은 관객에 의해 커다란 힘을 갖는 예술이 투쟁과 저항의 100년 역사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뚜렷하게 보여준다.

서로 다른 혐오 단어의 명칭을 단 똑같은 12개의 레고 피규어가 그려진 포스터는 한눈에 보아도 인간은 누구나 다 평등하다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강력한 구호를 담은 텍스트만 보이는 포스터에서 가장 사실적인 장면을 담은 사진까지 다양하게 표현된 한 장의 포스터 속에서 예술가들은 그들의 창의성을 발휘해 위험을 무릅쓰고 권력가들에게 저항하며, 많은 이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난민과 이민자, 모두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운동, 여성의 자유와 해방을 위한 운동, 성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일, 전쟁과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부르짖는 것, 권위에 저항하는 일, 증오에 맞서 평등을 부르짖는 외침, 인간의 무분별한 지구 소비에 맞서 생태계 회복과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운동 등 이 모든 투쟁과 저항의 역사들을 예술 포스터들과 함께 톺아보고 나면 함께 더불어 사는 한 명의 지구인으로서 이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깨닫게 되고, 그들의 열정에 감동을 받게 되며 예술작품들에 담긴 시대의 스피커들의 목소리는 생생하게 귓가에 맴돈다.

🔖오늘날 우리가 가진 자유는 수백 년에 걸친 투쟁과 저항을 통해 얻은 것이다. ㅡ #국제앰네스티

#저항의예술 #조리폰 #씨네북스21
#한겨레출판사 #예술 #하니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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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조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송섬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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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나는 내 유년기로부터 너무 빨리 도망쳤어. 사람 모양 구멍을 남기고 탈출하는 것처럼 (126p)

엄마가 부재했던 유년의 기억을 묻어버리고 자살에 의한 아버지의 죽음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주인공은 세 계단 밑 반지하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

다른 이에게 자기 곁을 내주는 게 어색하고 스스로 침잠하며 절망에 익숙한 채 살아가는 그녀가 술집 주인 '조'를 만나고 동거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조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녀에게 또 한 번의 절망을 줄 것 같지만 그녀는 이전과 다르게 슬픔을 극복해 나간다.

조의 죽음 이후, 그녀는 슬픔에 매몰돼 시간의 미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시간을 극복하고 벗어나는 것, 때론 그 슬픔이 자신을 다시 소환하더라도 길을 잃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방법을 깨닫는다.

떠난자는 죽기위해 죽음을 택한 것인지, 살기위해 죽음을 택한 것인지 모르지만 슬픔은 결국 남은 자들의 몫이다.
남은 자에게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것은 외면하고픈 슬픔이지만 책을 읽고 나면 언제든 떠오르더라도 그 슬픔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조금 생기는 것 같다.

제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작가의 '단명소녀투쟁기'에 이은 2회 수상작은 '골목의 조'이다. 연이은 '죽음'이라는 주제가 인상적이다. 역시나 환상소설답게 소설 곳곳에 설치된 환상 장치들은 감정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송섬 작가의 차기작과 내년 3회 수상작이 벌써 기대된다.

🔖다음으로 다음으로 나아가면서 나는 이전의 세계를 꼭 닫고 나와아 했어. 들키고 싶지 않았거든. 반복하다 보니 남아 있는 친구는 하나도 없었어. (123p)

🔖산다는 것이 마치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언젠가 조는 말했었다. 이쯤에서 의미 있는 대사를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그렇지 않으면 슬슬 졸작이 되어버릴 텐데. 도대체가 할 말이 없어서 문제라고. 사는 것 자체에 그다지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161p)

#골목의조 #송섬 #사계절출판사
#박지리문학상 #독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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